수주규모 금융위기때로 뒷걸음
초(超)저유가에 건설사 해외수주가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떨어진 저유가로 인한 산유국 재정지출 감소, 글로벌 저성장, 미국 금리인상,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 역내 정정불안까지 중장기 악재가 쌓였다.
올해 해외 수주 규모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9일 현재 해외수주액은 42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1% 수준에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2008년(476억달러) 이후 최저 실적이 확실시된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 등 중동지역 수주액이 14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무려 52% 급감했다. 전세계 해외발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중동지역에서 발주 물량 자체가 감소했다.
사우디아람코가 20억달러 규모 라스투누라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 입찰을 잠정 중단하는 등 지난 5월 현재 13개국 26개의 정유공장, 저장시설 등 석유화학 설비 투자 프로젝트가 보류됐다. 국가재정에서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은 저유가로 재정이 줄면 설비 투자 등 자본지출을 줄이려든다.
OPEC과 미 셰일가스간의 감산 없는 ‘치킨게임’에 한국 건설사가 유탄을 맞은 셈이다.
이에 더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2017년 3월까지 6개월 연장, 달러 대비 유로화가 장기 약세로 접어든 점도 유럽 건설사와 경쟁하는 한국업체로선 부담 요인이다.
최중석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 정책지원부장은 “올해 주요 공략지역 국가의 프로젝트를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에 뺏겼다”며 “내년 발주량이 올해보다 많이 줄지 않겠지만, 유로화 약세 등으로 인해 우리 건설업체 수주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 다변화를 꾀한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손태홍 연구원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발족으로 아시아 시장은 괜찮다”며 중동의 플랜트 보다 아시아의 건축, 토목 프로젝트 등의 수주를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이 미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 유동성을 경고하는 등 아시아 시장 역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동지역 수주 비중이 2000년 이후 최저인 28.8%로 예상된다”며 “내년 전체 수주 물량은 520억달러로, 올해(458억달러 추정) 보다 13%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지숙 기자/
=한지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