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의 추락세가 공포스럽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유가는 이제 3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미국 셰일오일과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감산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내년에는 국제 제재에서 풀린 이란산 석유도 쏟아져 나온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성장세가 꺾이면서 원유 수요는 급감하고 있다. 미국이 곧 금리를 올리면 달러 표시 유가는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엘리뇨에 따른 기온 상승도 석유수요를 짓누르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거라 한다. 심지어 기름값이 물값 수준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싼 기름값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엔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축복이었으나 이제는 거꾸로 저주가 돼버린 상황이다. 저유가는 산유국인 중동과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경기 침체를 불어오고 이는 우리 조선, 철강, 건설,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출 시장이 좁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ㆍ 항공 산업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지만 전체로 보면 득보다 실이 많다. 조선 3사가 올해 8조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휘청거리는 것도 저유가의 저주와 무관치 않다. 더 큰 재앙이 닥치기 전에 저유가 관련 업종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절대 필요하다.
유가에 울고 웃는 경제에서 벗어나려면 탈석유 시대에 대비하는 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8일 확정한 ‘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은 시의적절하다.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100만대를 보급해 전체 자동차 시장의 20%를 점유토록 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회의가 세계 각국에 큰 폭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하게 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내연기관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하는 것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도 친환경 차량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30년이면 전체 자동차 시장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사활이 친환경차 개발에 달려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높은 제조업 비율에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37% 감축이라는 과감한 목표를 제시한 것은 신기후체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일 것이다. 석유에 의존하던 전통 주력산업이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경제에 저탄소ㆍ신에너지 산업이 새로운 돌파구가 되도록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