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 감시 피하려 텔레그램 만든 ‘러시아판 저커버그’ -보안 뛰어난 텔레그램, ‘테러리스트 통신수단’으로 변질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테러보다 사용자의 사생활이 중요”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민상식 기자]국제 해킹그룹인 ‘어나니머스’(Anonymous)가 최근 프랑스 파리 테러의 주범인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개시했다. 어나니머스의 사이버 공격에 맞서 IS도 해킹을 방지하기 위한 5대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바로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을 통해서다.
보안에 뛰어난 텔레그램이 IS의 사이버 통신수단으로 부상하면서, 이 메신저 개발자인 파벨 두로프(Pavel Durovㆍ31)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벨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텔레그램이 테러리스트의 통신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테러리즘에 대응하는 것보다 이용자의 ‘사생활’(프라이버시)을 지키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벨은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는 억만장자 개발자이다. 그는 형인 니콜라이 두로프(34)와 함께 2006년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브콘탁테’(VKontakteㆍ이하 VK)를 개발했다. VK는 구소련 지역 이용자 수가 약 1억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얻으면서, 파벨의 자산 역시 2억6000만달러(한화 약 3000억원)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파벨은 러시아 정부와 갈등을 빚어오다 최근 러시아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텔레그램을 제작했다. 파벨이 러시아 당국과 갈등을 빚은 것은 VK가 2011년 총선과 2012년 대선 직후 반푸틴 시위가 러시아 전국으로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후 파벨은 2013년 보안을 강화한 텔레그램을 독일에서 만들었다. 텔레그램은 정부의 검열을 피해 서버를 독일에 두고 있으며, 모든 메시지가 암호화되고 지정된 기간 이후에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된다. 특히 비밀 대화방 내용은 서버에 저장되지 않으며, 메시지 전송도 엄격한 암호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중간에서 이를 가로챈다 하더라도 내용을 알 수 없다.
실제 지난해 3월 텔레그램 측은 상금 20만달러를 걸고 텔레그램의 암호와 메시지를 복원하는 해킹 콘테스트를 열었지만 우승자는 나오지 않았다. 각국 사법당국도 아직까지 텔레그램의 사용자를 추적·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카카오톡을 통한 사찰 논란이 벌어지자 이를 우려한 이용자들이 카톡에서 이탈해 텔레그램으로 옮겨간 바 있다.
특히 최근 IS 등 극단주의 단체들이 모여들고 있는 서비스가 텔레그램의 ‘채널’이다. 텔레그램은 지난 9월 사용자들이 사진, 영상 등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할 수 있는 서비스인 ‘채널’을 새로 만들었다.
파벨은 채널 서비스를 선보인 직후 미국 미디어 벤처비트(VentureBeat)와의 인터뷰에서 “IS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게 테러를 비롯해 우리에게 공포를 주는 행위에 대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IS는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보안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또 다른 수단을 찾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텔레그램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게 옳은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테러활동 감시단체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극단주의 단체에 소속된 수천 명이 IS와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 상황이다. IS 지지자들과 연계된 채널인 ‘나셰르’는 1만명 넘는 구독자를 두고 아랍어와 영어, 프랑스어, 프랑스어 등으로 선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건 이후에도 IS는 ‘우리의 소행’이라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또 프랑스 파리 테러 참사가 앞으로 다가올 거센 폭풍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예고도 텔레그램을 통해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