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러시아 정부가 자국민들의 이집트 여행을 전면 금지했다. 러시아 중소항공사 ‘코갈림아비아’ 소속 에어버스 A-321 여객기가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 북부 상공에서 추락, 탑승자 224명 전원이 사망한데 따른 후속 조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국가 반(反)테러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으로부터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명확해질 때까지 이집트를 오가는 모든 러시아 여객기의 운항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건의를 받고 이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항공사들의 이집트 취항을 전면 중단시키고 이집트 현지에 머무는 자국민들의 귀국 방안을 마련하라”고 관계 기관에 지시했다. 이날 저녁부터 이집트로 가는 모든 러시아 여객기들의 운항이 완전히 중단됐다.
그 결과 브누코보, 셰레메티예보, 도모데도보 등 모스크바 국제공항들에서 이집트로 가려던 승객들의 발이 묶이면서 큰 혼란이 벌어졌다. 모스크바 남쪽 브누코보 공항에선 6일 밤부터 7일 아침까지 약 1000명의 승객이 비행기에 오르지 못해 발을 구르다 귀가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했던 일부 승객들도 내려야 했다.
현재 이집트에는 4만 5천∼7만 명의 러시아인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관광청은 샤름알셰이크에 1만 8천 명, 후르가다에 2만 7천 명 등 약 4만5000명이 이집트 휴양지에 머무는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러시아여행사협회는 이보다 훨씬 많은 7만 명 정도가 현지에 체류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자국민들을 민간 여객기나 비상사태부 산하 수송기 등을 동원해 귀국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여행사협회 관계자는 “이집트 내 관광객들을 모두 귀국시키려면 약 300대의 항공기를 투입해야 하며 기간은 약 1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카이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여객기 추락의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밝혀 테러 가능성을 유보했다.
슈크리 장관은 “이집트 정부는 러시아 여객기 추락을 설명하는 가능한 시나리오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조사를 통해 나온 가설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들려오는 (외국의) 정보가 구체적으로 이집트 정보 당국과 공유되지 않는다”며 “추락과 관련한 기술적인 정보가 이집트 당국에 충분히 제공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는 특히 유럽 국가들을 지목하면서 이집트 정부의 요청에도 협조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슈크리 장관은 “이집트는 위험에 직면한 나라들의 협력과 조율을 요청했지만, 이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