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SNS 등장에 한때 실종 국정교과서 이슈 등 맞물려 대학가 급속도 다시 확산 퍼포먼스+과거 향수 자극 인기

대학가에 대자보(大字報)가 부활하고 있다. 디지털시대,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SNS의 등장으로 생명력을 다 한것 같았던 아날로그식 대자보가 다시 대학 곳곳에 나붙기 시작했다.

최근 대학가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이슈에 대한 대자보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정부에 대한 풍자를 날리거나 때로는 진지하게 비판하면서 관심을 톡톡히 받고 있다.

연세대에서는 학내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가 실명으로 사과 대자보를 붙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어학이나 공무원시험, 공모전 등 취업을 위한 각종 홍보 포스터에 자리를 내줬던 대자보가 다시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1970~1980년대 민주화항쟁 시기에 대학생들의 주요한 소통 도구로 쓰였던 대자보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학생운동의 쇠퇴와 함께 그 영향력을 잃어갔다.

그나마 명맥을 이어온 일부 학생운동 단체의 정치적 대자보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총학생회나 단과대 등 학생 자치기구가 만드는 대자보 역시 단순 공지를 전달하는 역할로 전락했다.

그나마도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손글씨로 쓰는 아날로그식 대자보는 그 수명을 다한 듯 보였다.

그러나 2013년 말, 당시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이 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사회에 큰 반향을 얻으며 사회비판적 메시지의 대자보가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는 당시 철도 민영화와 국정원 선거 개입 등 정치적 사안을 거론하면서도 정치와 사회문제에 무관심했던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을 ‘F학점’ 이라고 비판하는 대자보가 대학가에서 확산돼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자보의 부활은 역설적으로 디지털과의 결합에서 온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과 교수는 “지금 대학생들에게 SNS 등 언로가 없는 게 아니지만, 정치적 효과나 큰 파급력을 거두기 위해 대자보로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라며 “1980년대 대자보와는 달리 지금은 SNS를 타고 전파되는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라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처럼 학생단체가 조직적으로 붙이는 게 아니라, 개인이 주체가 돼 대자보를 쓰는 것도 특징이다. 대학생 개개인의 비판 의식이 사라진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자보가 사진으로 찍혀 SNS에 올라가면 기성 매체의 관심 뿐 아니라 전세계로 전달 될 수 있어 파급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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