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 출범 이후 수출을 늘리려는 엔저(円低)공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가 사상최대 적자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한국은 사상최대의 흑자를 달성했다.

17일 산업연구원(KIET)이 작성한 ‘최근 엔저 이후 한일 교역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엔저로 인한 일본의 가격경쟁력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일본의 수출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한국은 회복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는 역대 가장 많은 1176억 달러 적자였다.

이에 반해 엔저로 수출 피해를 우려했던 한국은 오히려 441억 달러의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달성했다. 한국의 무역흑자가 엔저 영향으로 2004년 294억 달러에서 2007년 146억 달러로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

이와 관련 산업연구원은 한국 제품의 경쟁력 향상과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 약화, 중국의 반일 감정에 따른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지난해 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커졌지만 달러 기준 수출액은 10.5% 감소했다. 일본 기업들이 제품 단가를 내리기보다 이익을 늘리는데 치중해 제조업 경쟁력 하락으로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일본은 전기전자 제품과 자동차의 해외생산 비율이 40%를 넘어 엔저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한 실정이다.

반대로 한국은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개선되면서 과거보다 엔저의 부정적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의 경우 일본은 13.0% 급감했지만 한국은 12.7% 급증했다. 또 자동차(부품 포함) 수출도 일본은 7.4% 줄었지만 한국은 3.9% 늘어났다.

세계 최대시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시장에서 영토 분쟁에 따른 반일 감정으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한국산 제품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도 주효했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 수입시장에서 9.24%의 점유율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일본(8.19%)을 제치고 중국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다만 일본 기업이 엔저를 등에 업고 수출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추면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엔저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산업연구원은 조언했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규제 완화 등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기업은 해외생산 확대, 시장주도적 수출품목 개발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