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벨라루스에서 11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1) 현 대통령이 83.49%의 압도적 득표율로 5선 연임에 성공했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웹사이트와 TV뉴스에서 투표율이 86.75%였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학생, 군인 등 유권자의 3분의 1 가량은 지난 6일부터 실시된 조기 투표에 참여했다. 지역별 투표율로 수도 민스크 투표율이 73.33%로 가장 낮았다.
1994년부터 21년간 재임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 임기는 2020년까지 5년 더 늘게 됐다. 특히 올해 그의 득표율은 역대 최고치다. 역대 대선에선 2010년 79.6%, 2006년 83%였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 후보 3명은 한자릿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화 운동가로 야권의 여성 후보인 타티야나 코로트케비치가 4.42%로 2위를 기록했다.
루카셴코 반대세력은 모든 후보들에 대한 투표를 거부하자는 운동을 벌여, 6.4%가 모든 후보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카셴코 득표율은 특히 수도 민스크에서 65.58%로 낮았다. 민스크에서 모든 후보에 대한 반대표는 20.6%에 달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언론과 야권 인사 등 정치불만 세력에 대한 탄압 등 인권 침해로 유명하다. 2005년에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은 그를 가리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불렀다. 2010년에는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 출신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노벨상 선정 발표 뒤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가 이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루카셴코를 포함해 벨라루스 고위 관료와 기업들에 경제 제재를 가해왔다.
이를 의식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인 ‘민스크 회담’을 이끄는 등 서방에 이미지를 개선하는 노력을 보여왔다. 또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공군기지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하자, 이달 초 루카셴코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그런 기지는 필요치 않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EU는 4개월 뒤인 내년 2월 무렵 루카셴코 대통령 등 벨라루스 주요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계획이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12일 벨라루스 대선을 감독한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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