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정부의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학자들이 “국정교과서 집필에 불참하겠다”는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집필진을 꾸려야 할 국사편찬위원회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라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이 어떤 인사들로 채워질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15일 국사편찬위원회 관계자는 역사학계의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 거부 움직임에 대해 “김정배 위원장이 학계의 거목이고 발이 넓어 집필진을 꾸리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위원장의 복안(腹案)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전날 연세대와 고려대, 경희대 역사 전공 교수 전원이 집필 불참 선언을 한데다 앞으로도 개별 학과와 학교, 학회 차원의 집필 보이콧 선언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 김 위원장의 학계 인맥과 일부 보수 학자들만 참여하는 ‘반쪽 교과서’가 될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인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집필진은 전문성에 입각해 찾아야하는데 국사편찬위원장의 인맥과 학맥 등에 의존하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역시 집필진 구성을 국편에 전적으로 맡긴다며 “김 위원장의 제자들이 많아 최상의 집필진을 구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고려대 사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모두 받고 1977년 이 학교 한국사학과 교수로 임용된 후 총장까지 지내며 수많은 제자를 가르쳤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모교인 고려대 한국사학과와 사학과, 역사교육과 교수 전원(18명) 등 역사계열 교수 22명은 “국정 교과서는 최고 권력자와 정부 여당이 그 기준을 제시하는 ‘편향된 교과서’가 될 수밖에 없다”며 “학자적 양심과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일체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같은날 고려대 총학생회 역시 서울 안암동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선배인 김정배 위원장이 지난달 160명의 고려대 교수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을 낸 모습과 정반대로 교과서 국정화의 총대를 메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고려대 제자들 전부는 아니지만 김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이 평생을 몸담은 학교의 구성원들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아 뼈아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지난달 15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김정배 위원장, 김재춘 교육부 차관 등이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관련 의견 수렴을 취지로 만난 학계 인사들이 유력한 집필진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은 강규형 명지대 교수(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강종훈 대구가톨릭대 교수(역사교육과),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손승철 강원대 교수(사학과),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기동 동국대 명예교수, 양호환 서울대 교수(역사교육과) 등 7명이다.
한편 역사학계의 불참 선언이 이어지면서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집필진 명단 공개를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됐다.
당초 김정배 위원장은 집필진이 확정되면 명단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과 같은 여론에서는 명단에 포함된 학자들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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