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일본 자민당 핵심 간부가 중국이 신청한 난징대학살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 대해 기금지원 중단으로 겁박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 俊博) 자민당 총무회장은 최근 도쿠시마 시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유네스코에 대한 일본의 출연금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표명했다고 NHK가 12일 보도했다.
이 발언은 유네스코가 중국이 신청한 일본군의 난징대학살 자료를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직후 나왔다.
그는 “유네스코가 일본이 나쁘다고 말하는데 일본이 ‘더는 자금을 협력하지 않겠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협력을 재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니카이 도시히로는 1983년 이래 중의권에서 내리 11선을 하면서 운수대신 두 차례, 경제산업대신 세 차례를 역임한 정치 거물이다.
그는 자민당 내 ‘친중파ㆍ친한파’로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남아있는 관계자가 살아있는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발언해 일본 극우층의 비난을 받았다.
극우매체인 산케이(産經)는 최근 내각 관계자의 말을 인용 “유네스코에 대한 지원금 동결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었다.
그런데 아베신조(安倍晉三) 총리와는 어느정도 긴장관계를 가져온 니카이 총무회장까지 유네스코에 대한 자금압박을 주문한 만큼 내각이 이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유네스코가 지난 9월 기준 발표한 국가별 지원기금 자료를 보면 일본은 2014년~2015년 사이 총 7000만 7460달러를 지원했다. 전체기금의 10.83%를 차지한다. 순위로는 22%를 차지하는 미국 다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장 많다. 지난 2011년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의 공식회원 신청을 승인한 데 반발해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출연금을 동결시켰다. 그 결과, 유네스코의 교육 사업 일부가 축소되거나 중단됐다. 현재 유네스코는 일본의 돈에 크게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