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ㆍ김진원 기자]#. 직장인 A씨는 2013년 9월 초등학교 때 친구인 B씨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시작했지만 그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A씨의 부모가 작년 10월 “아들이 도박과 과소비, 거짓말을 일삼고 가족에게 방화와 자해 협박까지 했다”면서 그를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던 것. 당시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병적도박, 편집성 망상장애 등이었다.

졸지에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를 잃게 된 B씨는 법원에 병원을 상대로 인신보호 구제 청구를 했다. 법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A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해왔다”면서 “평소 집착과 간섭이 심했던 부모가 교제를 반대하느라 허위 진단서를 받아 강제 입원시킨 것”이라고 호소했다. 병원은 “A씨가 ‘부모가 24시간 감시ㆍ미행하고 나쁜 소문을 낸다’는 편집적 피해사고를 갖고 있어 자해ㆍ타해 위험성이 높다”고 맞섰다.

양측의 소명자료와 정신과 전문의 소견을 모두 검토한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수용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리 불안을 보이긴 했지만, 정신과적 병력까진 없었다는 것. 특히 A씨의 말대로 그의 부모가 미행이나 형사를 사칭한 납치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자 법원은 구제 청구를 받아들였고, A씨는 병원에 갇힌 지 2개월여 만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정신병원에 갇힌 환자가 법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의료ㆍ보호기관에 부당하게 수용됐거나 수용 사유가 사라졌는데도 풀려나지 못할 경우, 피수용자 본인이나 가족이 법원에 구제를 청구하도록 한 인신보호법이 2008년 6월 시행된 지 7년 만에 제도 이용자는 17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대법원에 따르면 시행 첫 해 25건에 불과했던 인신보호 구제 청구건수는 지난해 440건으로 17.6배 급증했다.

연간 청구건수는 2009년 122건, 2010년 198건, 2011년 246건, 2012년 278건, 2013년 350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382건이 접수된 것으로 조사돼, 올해 전체 건수는 700건을 훌쩍 넘겨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억울하게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당한 이들이 적극적으로 법원의 구제를 받으러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원도 피수용자의 정신 감정을 지원하거나 구제 청구 송달료 납부의무를 면제하는 등 인신보호제도 이용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법원에서 구제 청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10건 중 1건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올 상반기엔 382건 중 29건(7.6%)만 구제 청구가 인용됐다. 지난해 인용률은 6.81%, 2013년은 5.43%에 그쳤다.

다만 재판이 진행된 후 청구가 취하된 상당수는 수용자가 자진해서 수용을 해제한 것으로 알려져 제도가 상당부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밖에 현행법으로는 재산 다툼이나 불화 때문에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되는 일을 사전에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가족에 의한 강제 입원 시 가정법원이 사법심사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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