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남해)=천예선 기자]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에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한국지엠이 알페온 철수 후 고심 끝에 내놓은 쉐보레 임팔라다. 임팔라는 지난달 31일 사전계약에 들어간 이래 10일 만에 2000대 계약을 돌파해 준대형 승용차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임팔라(Impala)는 아프리카 사슴의 이름이다. 우아한 초식동물이지만 달리는 속도는 표범과 맞먹는다. 쉐보레가 1958년 출시한 임팔라는 누적 판매량이 1600만대를 기록한 명실상부 북미 베스트셀링카다. 10세대에 걸쳐 진화를 거듭하면서 플래그십 세단의 진수를 담았다. 실제로 2014년 한 해 동안 미국시장에서 14만대 이상이 판매되며 대형세단 부문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지난 14일 경남 남해에서 임팔라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코스는 여수공항에서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 클럽까지 총 100km 구간. 시승차량은 최고트림 ‘3.6L LTZ’ 모델이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5m가 넘는 차체 길이. 전장 5110㎜ 동급 최대로 그랜저(4920mm)보다 길다. 그만큼 뒷좌석 공간이 넉넉해 언뜻 쇼퍼드리븐(운전사가 있는 차)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트렁크(535ℓ)는 놀랄 만큼 깊다. 적재공간은 경쟁 차종보다 70∼80ℓ 넓어 골프백이 1열로 4개, 2열로는 6개가 들어간다.
가속 페달을 밟자 부드럽게 발진했다. 남해고속도로에 진입해 제한속도까지 달리는 동안 주행성능은 탁월했다. 6기통 3.6리터 직분사 엔진을 탑재한 임팔라는 동급 최대 출력 309마력과 토크 36.5kg.m의 힘을 발휘한다. 제로백(0→100km/h)은 6.8초만에 도달한다. 남해의 구불구불 난코스에도 편안한 승차감과 와인딩은 합격점이었다. 다만 고속구간에서 묵직함은 기대보다 덜했다.
시승구간 연비는 8.4km/ℓ가 나왔다. 급가속 탓인지 공인연비(9.2km/ℓ)에는 못미쳤다. 외관은 웅장하고 강인한 앞면과 날렵한 측면이 중후함을 살렸다. 그러나 다소 밋밋한 뒷면은 호불호가 갈린다. 한국지엠 측은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해 뒷면을 단정하게 떨어지게 했다”고 설명했지만 대형 세단의 품격에는 못미치는 인상이다.
후미등도 주황이 아닌 빨강으로 점등돼 논란이 일만 했다. 일례로 임팔라 운전자가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붉은색으로 깜박여 뒷차 운전자는 ‘우측이동’ 의미가 아닌 왼쪽 브레이크등이 고장나 오른쪽 후미등에만 빨간불이 들어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니콜 크라츠 GM 글로벌 준대형 및 중형 차량개발 총괄 엔지니어는 “한국 도로교통 법규에 충족한다”며 “뒷차 운전자들이 방향을 트는 것으로 인식하는데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망고색에 가까운 모하비 투톤 컬러 가죽시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블랙과 베이지에 익숙한 국내 고객들에 신선함을 줄 만하다. 대시보드 위와 좌우 도어 부분까지 컬러를 연장해 고급스러움을 한층 강화했다.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조작장치 부분)는 시크릿박스와 휴대폰 무선 충전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시크릿 박스는 버튼을 누르면 8인치 디스플레이와 대시보드 일부분이 위로 올라오면서 디스플레이 뒤 비밀공간이 열린다. 작은 지갑 등 사물을 보관하기 편하다.
휴대폰 무선 충전 시스템에는 국내 최초 액티브 쿨링 기능이 탑재됐다. 충전매트 위에 스마트폰을 두면 충전되고 윗부분에서 바람이 나와 과열도 방지해준다.
이밖에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등 안전사양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동급 최초 운전석 및 동반석 무릎까지 총 10개의 에어백이 장착돼 안전성을 높였다.
임팔라 3.6L LTZ 가격은 4191만원. 국내 함께 출시된 2.5L LT는 3409만원, 2.5L LTZ은 3851만원이다. 미국보다 500만원 가량 인하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