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정부가 역외소득ㆍ재산 자진신고제를 전격 실시하게 된 것은 지하로 숨어들어 파악조차 안되는 해외 소득과 재산의 양성화를 통해 세수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부총리와 법무장관이 설득성 담화 형식을 택한 것도 전례없는 일로 그만큼 재정보강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국내와 달리 외국에서 발생한 소득과 재산의 경우 최초 신고기간을 놓친 납세자 입장에선 관련 재산을 지속적으로 숨기려는 유혹을 받기 십상이다. 특히 의도적으로 역외탈세를 꾀하려 부동산 등 자산을 현금화한 후 금고나 장롱 등에 보관할 경우 과세당국은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실제 역외탈세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0년 5019억원이었던 역외탈세 추징액은 2013년 1조789억원으로 1조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조2179억원으로 늘었다. 국제조세협회는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역외소득 4조원을 포함해 전 세계 역외소득이 총 87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처벌 면제 등 특별 인센티브를 제공해 그동안 신고하지 않은 역외소득을 납세자 스스로 신고, 관련 세금을 납부토록 했다. 다수의 미신고자는 과도한 처벌이 두려워 숨긴 역외소득 및 재산, 관련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 세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신고된 본세와 지연 이자 성격의 가산세를 모두 낼 경우 과거 세금ㆍ외환신고의무 위반에 따른 가산세, 과태료, 명단공개를 면제해주고, 조세포탈, 신고위반, 재산 국외도피 등의 범죄에 대해 최대한 형사적 관용을 베풀 방침이다.

역외소득 자진신고제는 이미 미국, 영국 등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15개국에서 시행해 상당한 역외 세원 확보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의 경우 지난해 자진신고제 시행으로 6억달러(5000억원)의 세수증대 효과를 봤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자진신고 시행 후 5000억원 가량의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번 자진신고제도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는 외국과의 조세정보자동교환 협정이 본격화돼 대량의 금융ㆍ과세 정보를 획득하기 전에 한시적으로 자기 시정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향후 미국과 한-미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을 맺고 영국 등 50여개 국가와 다자간 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해당 국가에서 보유하는 한국 거주자ㆍ내국법인의 금융계좌잔액 및 해당 계좌에 지급되는 이자, 배당, 기타 원천소득 등 금융계좌정보를 교환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신고기간을 놓치게 되면 미신고자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이 더 커질 것이란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그동안 신고하지 않은 해외소득과 재산에 대해 단 한번 한시적으로 자진신고제를 실시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합동담화문을 통해 “이번에 신고하지 않은 해외은닉 소득과 재산에 대해서는 자신신고기간 종료 후 세무조사 및 관련 검찰수사를 실시해 ‘조세범처벌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엄정한 과세와 처벌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