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영코리아, 네이버 'SW야 놀자' 프로그램 활용해 시니어 일자리 창출
[헤럴드 분당판교=오은지 기자]다음 학기부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인근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에는 50~80대 강사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가르치는 과목도 독특하다. 한자나 역사가 아닌 소프트웨어(SW)다. 네이버 'SW야 놀자' 프로그램를 이용해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다. 지난학기 서울 은평구 녹번초등학교에서 시행해보니 반응이 좋아 분당 지역으로도 확대하기로 했다. PC나 인터넷과 친숙하지 않은 세대가 SW 강사까지 할 수 있게 된 건 시니어 일자리 창출 사업 덕이 컸다. #서울시 출연연구원에 재직하던 김윤종씨(66)는 지난 2011년 퇴직했다. 이후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영업 업무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그만두고 1년 넘게 집에서 소일거리를 하면서 보냈다.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거나 비슷한 시기에 퇴직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골프·스크린골프·당구를 치러가는 게 전부였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삶이 달라졌다. 매일 오전 9시 성남시 야탑역 인근에 있는 에버영코리아로 출근한다. 오후 1시까지 근무를 마치면 동료들과 영화를 찍었다. 정례 회의를 하고 한달에 한번 회식도 하면서 다시 회사다니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지난 2013년 정년퇴임한 김유희씨(64)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에버영코리아 직원으로, 오후에는 판교도서관 전시해설사로 활동한다. 그룹 스터디를 하면서 전공인 역사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됐고, 문화생활도 자주 즐기게 됐다. 얼마 전부터는 모바일 홈페이지 제작 도구(툴) '모두(modoo)' 제작 방법을 배워 보조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소상공인이나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보조강사 도움을 받아 홈페이지를 제작하면 된다.
에버영코리아는 지난 2013년부터 '성차별, 나이차별, 학력차별 없는 사회'를 기치로 고령자 채용을 시작했다. 경기도 분당과 부천, 서울 은평에 총 450여명이 재직하고 있다. 55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정년은 따로 없다. 분당지역 최고령 직원은 84세다. 분당지점은 '네이버지도'의 개인정보 등을 블러링(식별불가능 하도록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하고 검수하는 게 주 업무다. 최근에는 네이버 전문검색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위한 '참고문헌' 작성 담당자도 뽑았다. 조만간 모두 서비스용 동아리도 조직해 지역사회 중소상공인, 특수상품 판매자들의 홈페이지 제작지원을 할 계획이다. 고령자로 구성된 회사라 근무 방식도 특이하다. 근무시간은 오전·오후 4시간씩으로 제한했고, 50분 일하고 10분씩 꼭 쉬도록 독려한다.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 대상포진 예방접종 등 고령자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복지 혜택을 준다. 맥박, 100m 걷기 능력, 윗몸일으키기, 외발서기, 지뢰찾기 게임 등 자가 테스트 결과를 내도록 해 평상시에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에이징(Digital Aging, 정보기술을 활용해 노인들의 사회 참여를 유도하는 것)' 프로그램도 있다. 일단 입사하면 스마트폰의 각종 기능 사용법을 알려주고, 직원간 교류는 네이버 '밴드'로 한다. 직원 대부분이 입사 후 교육을 받고 정보기술자격(ITQ) 자격증을 땄다. 김윤종 매니저는 "평생 연구소에서 일하다 민간기업에서 1년 정도 거의 로비스트 역할을 맡았는데, 일이 맞지 않았다"며 "이런 직장이 없으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들을 만나 술 마시고 스크린 골프 치러가는 것밖에 할 일이 없을텐데 직장을 다니면서 취미생활까지 겸할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김유희 매니저는 "퇴직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어 그동안은 경험과 지식을 쓸 수 있는 곳이 없었는데 이런 일자리들이 계속 생겨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변에 체면 때문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작지만 보람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며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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