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갈등 손못대고 조직개편·정치개혁 집중…월권 논란에 혁신위-의원간 설전 벌이기도
“혁신안으로 내부에서 싸우느라 정작 여당에 각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범친노계 초선의원)”, “혁신위에 바란 것은 고질적인 당내 계파 갈등을 봉합해 화합의 길을 제시해달라는 것이었는데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 (비노계 재선의원)
최근 기자와 만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혁신위에 대해 털어놓은 솔직한 심정이다. 혁신위의 노고는 인정하나 방향이 틀렸다는 이야기다. 이런 평가는 최근 혁신위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 반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의원 정수 확대를 내세우면서 더욱 커졌다.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정치개혁의 방향을 혁신위가 제시하면서 ‘월권’ 논란도 일었다.
문제는 이른바 ‘혁신위 피로감’이 계파를 막론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말 혁신위가 출범하고 초기에는 이른바 ‘호남ㆍ중진 40% 물갈이’ 설이 제기되면서 호남을 기반으로 한 비주류 의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반면 초재선 의원이나 주류 의원들은 혁신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6차례 혁신안이 발표되며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다. 시작은 사무총장제 폐지였다.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계파 갈등이 확산되자 혁신위가 사무총장제를 없애고 5본부장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서면서 “근시안적인 발상”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문제의 본질인 계파 갈등은 놓아두고 사무총장 자리를 없애 가시적인 성과를 보려 했다는 비판이 계파와 선수를 막론하고 제기됐다.
그럼에도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 혁신위에 문제제기를 하는 의원은 적었다. 자칫 ‘반(反)혁신’ 으로 대중에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 반대, 의원 정수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5차 혁신안을 계기로 이런 신중론마저 사라지는 모양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할 일을 왜 혁신위가 나서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공개적인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김광진 의원은 지난 2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는 정개특위가 아닌 당의 혁신위다. 저희 당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에 조금 더 집중해주면 좋겠다. 일단은 당내 개혁에 조금 더 집중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홍의락 의원도 자신의 SNS에 “혁신위는 운동을 하자는 것인지 정치를 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고육지책으로 논의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자임하는 용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이렇게도 번지수를 못 찾는지 안타깝다. 당내에 혁신해야 할 일이 많은데 다 팽개치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단 말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 내에서는 의원과 혁신위 간 갈등도 왕왕 벌어지고 있다. 초기부터 혁신위에 반기를 들어온 조경태 의원이 지난 29일 “혁신위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국회의원 숫자 늘리기,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최고위 폐지 등 논란 거리만 제공하고 있다. 국민들과 당원들이 바라는 진정한 혁신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혁신위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우자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경망스럽다”고 맞섰다.
최근에는 한 초선 의원이 혁신위와 식사 자리에서 혁신안을 비판하며 “당내 분란만 초래하고 있지 않나”고 지적하자 일부 혁신위원이 이에 반발하며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