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음식이 입에 안 맞아요.”중국에서 태어난 중국 사람이 한 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한국과 중국 사람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바로 식성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멘트를 중국어로 들으니 더 '신선'했다. 2015년 환골탈태하며 탁구계를 흥분시키고 있는 여자 탁구의 신성 최효주(17 삼성생명)와의 중국어 속마음 인터뷰에서 이 말이 불쑥 튀어 나왔다. 최효주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최영일 삼성생명 감독의 눈에 띄어 한국행을 택했다. 최 감독의 친형 앞으로 입양돼 이후 한국에서 6년, 그러니까 지금까지 자기인생의 3분의1을 한국에서 보냈다. 이미 한국에는 귀화한 중국선수들이 있지만 대부분 청소년기를 중국에서 보내며 기량을 검증받은 후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서 사춘기를 보내며 '진짜 자란' 선수는 최효주가 처음이다. 그러니 최효주는 정서적으로 완벽한 한국사람이다. 지난해 11월 한국 국적도 취득했다. 신기할 정도로 국적 취득과 최효주 신드롬은 시기적으로 일치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 아니 사실 최악이었다. 오죽하면 ‘서브도 받지 못하는게 무슨 탁구선수냐?’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탁구 강호인 삼성생명 탁구단이 안산시청에게 패배하는 대이변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반전의 시작은 국적 취득 직후인 지난 12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코치와 호흡을 맞추면서부터였다. 잠룡이 승천하듯 감춰왔던 기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지난 5월 'ITTF 자그레브자(크로아티아) 오픈'에서 단식 및 21세 이하 단식에서 2관왕에 올랐다. 이어 7월초 코리아오픈 16강에서는 세계 5위 이시카와 가스미(일본)를 4-0으로 완파하며 한국선수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랐다. 현재 최효주의 세계랭킹은 44위, 코리아오픈의 성적이 반영된다면 8월 초에는 30위권까지 오를 것이다. 한국 탁구 사상 데뷔 8개월 만에 월드 클래스로 성장한 선수는 없었다. 이제는 서효원 양하은 전지희 등 쟁쟁한 선배들과 2016년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경합을 벌이게 됐다. 최효주가 두각을 나타낸 계기는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가 주효했다. 셰이크 핸드를 쓰는 최효주는 처음 라켓을 잡을 당시 뒷면에 핌플 라바를 사용해 백핸드 보단 포핸드 중심의 플레이를 펼쳤다. 그런데 한국으로 온 후 세계 탁구의 흐름에 따라 평면 라바로 바꿔 좌,우 어디로 공이 오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는 ‘제 몸에 맞지 않는 옷’ 인냥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유승민 코치는 이 점에 주목, 과감하게 원래 스타일로 돌아가 포핸드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것이 주효한 것이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펜홀더 스타일로 세계를 제패한 ‘라스트 펜홀더’ 유승민이었기에 이러한 변화는 한층 의미가 있다. 유승민 코치는 “효주는 작은 체구에 비해 파워가 있고, 무엇보다 과감하다.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공격할 줄 아는 선수다”라고 칭찬했다. 유 코치는 요즘 입이 귀에 걸렸다. 지도자로 데뷔하자 마자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니 뭔가 특별한 지도법이 있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그저 웃을 뿐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떠나 타국에서 생활하는 것에 불편함이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최효주는 힘든 부분에 대한 질문에 씩씩하게 대답했다. “탁구가 잘 안 될 때 힘든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힘들지 않다. 생활에 대한 불편함은 다른 분들이 많이 도와준다. 이들은 모두 내 가족이다”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음식도 한국음식이 입에 잘 맞는다는 그녀는 “닭발, 치킨을 좋아한다. 매운것도 잘 먹는다. 오히려 중국음식을 잘 못 먹게 됐다. 휴가 때 중국에 가도 중국 음식을 잘 안 먹게 되더라”라며 한국의 삶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다.대찬 모습과는 반대로 사춘기 소녀 다운 순수함도 엿볼 수 있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묻는 질문에 “기황후에 나온 지창욱이 좋다”며 약간의 고민과 함께 대답한 후 “長得帥(잘생겼다)” 라고 말하며 쾌활하게 웃었다. 또 으레 그 나이 학생들이 그러하듯 “한국어 공부가 너무 어렵다. 일주일에 1시간씩 3번 하는데 책만 펴면 잠이 쏟아진다”며 공부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한국어를 잘해야 나중에 한국 남자친구도 만들지 않겠나”라며 너스레를 떠는 여유도 보여줬다. “나는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서 내가 어디까지 성장할 지, 또 어떤 것을 이뤄야 할 지 구체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 다만 코치님이 하루하루 내가 해야 할 것 정해주고 나는 그것을 완수한다. 내가 도달해야 할 목표를 팀이 정해 준다. 나는 그것을 묵묵히 수행할 뿐이다”최효주는자신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이렇게 어른스럽게 대답했다. 따지고 보면 맞는 이야기다. 선수는 눈앞의 공에 집중하면 된다. 나서지 않아도 ‘낭중지추’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유승민 코치에 따르면 최효주가 지금의 컨디션으로 계속 순항한다면 데뷔 1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확실한 것은 두 가지다. 17세 탁구 신성 최효주는 스토리가 많아서, 또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서 한층 흥미롭다가 그 첫 번째, 그리고 그의 이름은 이제 야오야오(옛 중국이름)가 아니라 최효주라는 점이 두 번째 팩트다. [헤럴드스포츠=정근양 기자]*이 인터뷰는 어린 귀화선수 최효주가 아직 한국어가 서툴다는 얘기에 처음 중국어로 시작했으나, 기자의 중국어실력보다 최효주의 한국어실력이 더 나은 까닭에 시간이 갈수록 한국어를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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