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시설등 미흡·장시간 근무…호흡기 증상 등으로 고통 서울노동인권센터 조사 분석

서울 동대문과 종로 등에서 수십년 채 운영되고 있는 봉제공장 근로자들이 이 열악한 노동 환경때문에 몇가지 증상으로 겪고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영세한 공장에서 환기시설도 없이 장시간 연속 근무를 하면서도, 건강 안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해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젠 산업진흥책과 함께 노동자 건강 지원책도 살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노동권익센터는 21일 ‘봉제산업 노동자 건강안전 실태와 작업환경:현황과 대안’ 실태조사를 통해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호흡기 질환’ ‘근골격계질환’과 같은 직업병을 앓고 있다”고 발표했다.

봉제산업 집적지 5개 지역(종로, 중랑, 성북, 중구, 동대문)의 봉제산업 종사자 466명을 대상으로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 2014년 봉제 일을 하면서 호흡기 증상(숨막힘, 가래, 비염 등)으로 불편을 느낀 적이 있는가’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응답자의 63%에 달했다.

응답자 중 방광염 병원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섯명 중에 한명 꼴인 21.2%였다.

염색약 등 피부에 독한 물질을 직접 손으로 만진 탓에 피부염을 앓고 있는 노동자도 22.3%로 집계됐다.

노동자들은 하루에 10시간 넘게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또한 대부분 봉제작업장은 창문을 통해 전체 환기를 하거나 작은 환풍기만 보유하고 있어 호흡기 질환자도 많은 상황이었다.

안타까운 점은 상당수 노동자들이 유해한 노동환경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이런 여건 속에서 이뤄지는 휴일 근무, 장시간 근무 등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휴일 노동의 심각성을 묻는 설문에 ‘별로 심각하지 않다’ 혹은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이 70%나 됐다. 장시간 노동의 심각성을 묻는 설문엔 이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응답이 41.4%였다. 피부염이나 방광염과 같은 직업병에 대해 ‘별로 혹은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이 60.3%에 달했다.

임금체불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다소 심각하다’,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14.7%에 불과했다.

유해 작업환경에 불편을 느끼면서도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는 이 ’불편한 진실‘은 수십년 간 고착화된 관행과 체념문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설문조사를 근로환경조사의 표본과 비교해보면, 피로, 불면증 등 구체적 건강 문제의 호소 비율이 월등히 높은 데다 객공제(일한 만큼 돈을 받아가는 시스템)’ 등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만연해 있다. 또한 노동자들은 병에 걸리면 상급에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일을 그만두고 쉬다가 다시 복직하는 등 개인이 헤쳐나가는 경향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조사에서도 ‘각종 통증으로 일을 그만둔 동료의 재취업률’은 33.4%가량이었고, 동대문 지역에서는 40%를 넘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봉제산업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은 예방과 관리가 절실하지만 영세업체라는 특성과 건강안전에 대한 의식부족으로 한계가 있다”며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조망에서 시설개선과 업무부담 조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근로자건강센터와의 연계를 통한 건강안전을 위한 교육 및 상담프로그램을 구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