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국가적 대재난이 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확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이번 메르스 사태가 모두 취약한 사회적 자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투명성기구,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구성원과 정부에 대한 신뢰, 정보의 투명성과 이를 가능케 하는 메카니즘과 리더십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것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어야 불필요한 비용과 낭비를 줄이고 위기관리 및 경제와 사회의 효율성이 증대된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이번 메르스 사태는 경제력에 비해 극히 취약한 사회적 자본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지적이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사회적 자본지수는 5.07로 OECD 평균 5.80을 크게 밑돌며 32개 조사대상국 중 29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투명성, 사회적 응집력, 기회균등, 관료주의 등 사회적 자본을 구성하는 주요 항목에서 모두 낙제 수준이다. 특히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참담한 수준이다. 지난해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정부에 대해 25%만이 신뢰한다고 응답해 스위스(82%), 룩셈부르크(80%), 노르웨이(70%)의 3분의1에 머물렀고, OECD 평균(43%)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았다.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이 지난달 발표한 국제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1개국 중 종합순위 25위를 기록했지만, 사회적 응집력은 43위, 투명성은 40위, 사회정의는 39위, 관료주의는 38위 등으로 경제력에 비해 사회적 자본이 극히 취약함을 보여주었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부나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메르스 같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괴담이 확산되고 불안과 공포가 커지면서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야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기회에 사회적 자본의 실태를 냉철히 돌아보고, 이를 확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신뢰와 정보공개 및 투명성 등을 높여야 경제효율성을 높이고 지속성장이 가능하며, 진정한 선진국 진입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명예교수는 “경제학적으로 사회적 자본은 돈이나 마찬가지”라며 “국민과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인정하고 해법을 찾아 국민을 설득하는 리더십이 필요하고, 그 신뢰를 기반으로 재난대응 체계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호상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과 위주의 고도성장에 치우치다 보니 겉으론 선진국 흉내를 내고 있지만 속으론 한참 멀었다”며 “정부 리더십도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았던 20~3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다고 선진국이 아니라 의식구조와 리더십이 그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