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금융당국, “모험자본 활성화위해 분리해야” -한국거래소, “자생력 확보 어렵고, 대장주 이탈 우려” 반대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코스닥 시장을 한국거래소로부터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와 정부 당국은 ‘모험 자본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 시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벤처 기업에 자금줄이 돼주던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비판을 가하면서다. 반면 한국거래소 측은 자생력 부재, 대장주 이탈, 투자자 피해 등을 우려하며 분리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주관으로 지난 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제언’ 공청회는 코스닥 시장 분리를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국회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서면 축사에서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의 ‘2부 리그’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함께 규제 강화로 ‘벤처기업 자금조달’이라는 초창기 설립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 분리 추진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형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과장도 “세계적으로도 거래소 시장의 통합 추세는 끝이 났고, 프래그먼트(분리·분열) 시대가 왔다”며 “지금보다 시장의 독립성을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는 데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와 금융 당국이 사실상 코스닥 분리 의사가 강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코스닥 분리의 근거는 학계에서 내놓고 있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윤병섭 교수는 코스닥 시장에서 벤처 기업 수의 비중이 지난 2002년 9.60%에서 2014년 3.47%로 크게 낮아졌다고 비판했다. 코스닥 시장의 흑자 기업 수도 지난 2010년 75.4%에서 2014년 68.2%로 낮아지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벤처기업에 자금줄 역할을 하던 과거와 달리 코스닥 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이날 행사 참석자 다수가 ‘벤처 산업’ 주변 인사들로 구성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사에는 김형수 한국벤처캐피날협회 전무,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벤처 1세대’로 평가되는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현 카이스트 교수)이 참석했다.
반면 한국거래소 측은 코스닥 시장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 우선은 코스닥 시장의 자생력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코스닥 시장의 수수료 매출 기여도는 20%수준(2015년 4월)인데, 이것 만으로는 재정 자립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코스닥 시장 활황일 때를 근거로 자생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도 보탠다.
코스닥 시장이 분리될 경우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원하고 있는 코스닥 대장주들의 이탈을 막기가 어렵다고도 주장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셀트리온이나 다음카카오, 동서는 계속 코스피 이전을 요구했지만, ‘같은 시장이다’는 설명으로 이전을 막아왔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이 분리되면 이전을 막을 수가 없게된다”고 주장했다.
벤처 거품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주장도 꺼낸다. 거래소 관계자는 “벤처 거품이 꺼질 때 3년 사이 300개가 넘는 회사들이 상폐가 됐다.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돈이 물린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가 30조원이 넘는다”며 “코스닥 문턱을 높인 것도 이때 얻은 교훈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