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원칙과 따로 노는 세제

우리 경제는 5년 연속 2~3%대의 저성장에 머물렀다. 저성장이 고착화돼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나라 살림은 통일세 도입,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 확대, 늘어나는 복지수요,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등 막대한 재정지출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세수는 최근 3년간 목표 대비 21조5000억원의 결손을 나타냈다. 올해도 6조원의 결손이 예상된다. 세입은 줄어드는데 세출이 늘어나면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국가 채무로 이를 메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세수 확보가 전제조건이다. 세수는 과세표준(세원)과 세율의 크기에 달렸다. 지금은 글로벌경쟁시대다. 세계 각국이 세율인하 경쟁(Tax competition) 중에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세제 개편은 ‘세원을 확대하고 세율은 내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세제에는 세원을 갉아먹는 부자들의 탈세 블랙홀이 산재해 있다. 고소득층 중심의 비과세 감면이 국세의 14.3%(2013년 기준 연간 33조6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방만하다. 여기에 ‘역외탈세ㆍ차명계좌ㆍ지하경제ㆍ간이과세제’ 등 과세 사각지대에 숨어 있는 세원(稅源)도 광범위하다. 이런 조세환경을 바로잡아야 ‘세수’기 늘어나고 ‘세 부담의 공평성’이 확보된다. 야권이 세율 인상에 의한 증세에 앞서 해결해야 할 이런 전제조건, 즉 세원 확대를 방치해 놓고 유독 법인세율 인상만을 주장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뀌었다.

다음으로 주요한 조세원칙은 조세부담의 ‘공평성’이다. 공평은 ‘수평적 공평’과 ‘수직적 공평‘으로 나뉜다. 수평적 공평은 모든 소득을 과세대상에 포함 해 동일 소득에는 동일 세율로 세금을 부과해야 달성된다. 그리고 수직적 공평은 소득이 높은 사람에겐 그에 상응하는 높은 세율(누진세율)로 세 부담을 높여야 달성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세제의 ’효율성‘ 강화다. 세제의 효율성은 신수종을 개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세계 유수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정부의 세제 개편이 ‘부자 감세, 서민증세’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는 공평과 효율을 모두 해친다. 이런 세제개편의 대표적인 것이 ‘배당소득 증대 세제’와 ‘주택임대소득세 경감 세제’다. 상장주식의 대부분을 재벌 총수를 비롯한 고소득층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배당소득 증대 세제의 혜택(야당 추산 연 3000억원)은 고소득층에 집중된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임대소득세 경감 세제도 별다른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세금만 축내고, 다주택 부자를 영세 근로자보다 우대하는 것이다. 지난해 소비세인 담뱃세를 올려 연간 최대 5조500억원의 세수를 더 거둬들이는 세제 개편도 대표적 불공평세제이고 서민증세에 해당한다.

정부와 국회는 조세원칙에 충실한 세제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세원을 넓히고 세율은 내리는 방향으로의 세제 개편, 공평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충실한 세제가 그 것이다. 이래야 기업이 투자하고 경기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창출되고 세수가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