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ㆍ황혜진 기자]“유가 내렸다고, 금리 내렸다고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
한국은행이 지난달 ‘1%대 초저금리 시대’를 열었지만, 서민들의 체감은 여전히 ‘2%대 금리시대’를 살고 있다. 실질금리와 체감금리는 다르다는 애기다. 기준금리가 내렸으면 대출금리도 같이 내려가는 게 상식인데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내려도 기름값은 찔끔찔끔 내리는 것과 흡사하다.
유가가 내리고, 금리가 내려 서민들의 지갑이 두둑해질법 하지만 사정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제유가와 기준금리와는 상관 없이 대출금리와 기름값이 요지부동이어서 ‘금리가(혹은 기름값이) 올랐는지, 내렸는지조차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취급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금리는 평균 3.17%로 전달에 비해 0.08%포인트 내리는데 그쳤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폭(0.25%포인트) 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은행의 경우 대출금리를 내리기는 커녕 올린 곳도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자 발빠르게 예금금리를 내린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처럼 실질금리와 체감금리가 따로노는 현상은 지난달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당시와 흡사하다. 당시(3월 15일 기준) 서부텍사스유와 브렌트유는 1월 대비 1배럴에 각각 8.69달러(16.2%), 7.91달러(12.6%) 떨어졌지만, 정작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내리기는 커녕 오히려 오름세를 계속했었다.
‘가산금리’라는 명목아래 대출금리가 ‘고무줄 금리’가 되고, ‘시차’라는 명목아래 ‘고무줄 기름값’이 되는 어이없는 상황은 이번만이 아니다. 기름값은 ‘내릴땐 찔끔, 올릴 땐 왕창’ ‘내릴 때 2G, 올릴 땐 LTE’ ‘내리는데는 2주(아니 한 달), 올리는데는 단 2시간’이라는 비아냥의 단골 메뉴가 되고 있고, 대출금리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 인하에 인색했던 시중은행들에 ‘금융 보신주의’라고 비판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의혹 조사에 나섰던 것도 지난해 8월의 일이다. 지난 2012년 7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기준금리가 총 1.25%포인트 내린 동안 시중은행의 예ㆍ적금 금리는 1.29~1.48%포인트까지 내렸지만, 담보대출 금리는 고작 0.99~1.21%포인트 내렸다(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실 자료)는 비판도 불과 엊그제 일이다.
대출금리와 기름값이 이처럼 내릴 때는 탄력성이 떨어지고, 오를 때엔 가속도가 붙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는 애기다. 서민들의 가계엔 인색한 이같은 시장논리는 ‘시장은 합리적이다’는 정통 경제학의 전제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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