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증거 미흡 수사 난항

서울 강남 도곡동에서 발생한 80대 할머니 피살사건이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찰은 이 할머니가 부동산만 25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재산을 노린 면식범의 소행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확보한 CCTV에서도 증거가 불충분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수서 경찰서는 지난 25일 숨진 재력가 할머니 함모(88ㆍ여) 씨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한의원의 CCTV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하지만 이 CCTV에는 할머니가 한의원을 방문하는 모습이 담겨 있으나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사고현장 인근 50m에 CCTV가 없어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은 함 씨가 ▷동네에서 소문난 재력가였고, ▷6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살아왔다는 점 ▷사건 전 수상한 사람의 접근이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면식범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숨진 함 씨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2층 건물은 인근 부동산에 확인한 결과 현재 매매가 약 15억 원 가량으로, 인근에 보유한 9억 원짜리 아파트까지 합치면 부동산 자산만 24억 원에 달한다.

아흔이 다 된 나이게 홀로 살다보니 재산관리도 철저했다.

절대 돈을 집에 보관하는 일이 없이 모든 재산은 은행에 맡겼다.

인근 주민들은 ‘정확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머니를 평가했다.

주민들은 “절대로 공짜로 받지 않고, 받으면 보답하는 철두철미한 성격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슬하에 자식이 없어 조카들은 아꼈다. 형제가 많았던 함 씨는 슬하에 20명 정도의 조카가 있었는데,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택시운전을 하는 조카 내외와 특히 왕래가 잦았다.

사건 전 등장하는 의문의 남성 2~3명도 용의자 명단에 오르고 있다.

조카며느리인 김모 씨는 경찰 조사에서 3개월 전 함 씨의 집에 부동산 투자를 요구하는 전화가 와 말다툼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밖에 시신이 발견되기 보름 전 자택 현관에 마스크에 모자를 쓴 한 남성이 들어와 함 씨가 소리쳐 쫓아내는 등 수상한 남성이 접근한 흔적도 있었다.

또한 지역 주민 중 한 명은 두어 달 쯤 전 이 건물에 살고 있는 세입자 중 50대 미혼 여성의 집에 도둑이 침입한 적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동기와 용의자 뿐 아니라 현재로서는 사망시점조차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부검결과 사인은 목이 졸린 경부압박 질식사지만 사망시간은 부검으로 확인이 안된다”며 “자료를 수집해 예상 시간 등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