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뒷문 상장’ 관심증폭 투자하면 주주 되거나 차익실현 상장폐지땐 ‘원금·이자’상환 소수계좌통한 주가조작엔 주의를
#1. 모 자산운용사 팀장 A씨는 2013년 3월께 1800원대로 떨어진 스팩(SPAC) 주식들을 시장에서 쓸어담기 시작했다. 스팩은 상장후 3년이면 상장폐지되는데 ‘상폐’ 기한이 다가오자 스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개미’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그러나 스팩은 상폐가 되면 최초가(통상 2000원)에다 금리(2~3%)를 더해 투자자들에 되돌려 준다.상장 스팩들이 2000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A씨는 덕분에 적지 않은 수익을 회사에 안겼다.
#2. 증권 투자자 B씨는 ‘스팩 깔기’ 투자법을 지인들에게 권한다. 최초 스팩의 상장 시점에 가진돈을 스팩 주식들에다 골고루 ‘1/N’로 나눠 투자하는 방법이다. 스팩은 2000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과 해당 종목이 합병할 회사의 가치가 부각될 경우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투자법이다. 최근 스팩 상장한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우 “4배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소문도 나돈다.
합법적 ‘뒷문 상장’인 스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장을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상장에 걸리는 시일을 단축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권사들이 세심하게 선별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으며, 한국거래소도 올해 ‘170곳 이상 상장’이라는 목표를 맞추기 위해 적극적이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아직은 시장 초기 단계라 거래량이 많지 않아 소수계좌를 통한 ‘주가 띄우기’도 가능하고 최근엔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당 스팩 투자 사례도 적발돼 과열 우려마저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팩 시장이 처음 열린 지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스팩을 통해 상장이 완료된 회사는 모두 12곳이다. 현재는 모두 5개 기업이 스팩 상장을 준비중인데, 오는 5월이 되면 관련 절차도 모두 완료될 것으로 거래소측은 보고 있다.
스팩은 증권사의 신용으로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종목을 우선 상장한 뒤, 적당한 기업을 선정해 합병을 완료하고 나면 사라지는 종목이다. 합병이 이뤄지면 투자자는 해당 회사의 주주가 되고, 상장 주식을 매각해 차익도 거둘 수 있다. 특히 스팩 단계에서의 자금에 대해선 ‘90%이상 예치’가 의무화 돼 있어 특정 주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거래소 상장심사부 관계자는 “2000원 이하로는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95% 이상 예치를 해두는 경우가 많고, 상폐시엔 2%가량의 금리를 얹어 되돌려주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바닥이 있는 주식투자’라는 설명도 그래서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3년 내 합병에 실패해 스팩 상폐 되더라도 투자자는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스팩 투자가 갖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스팩의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공기주입식보트 제조사 우성아이비를 합병할 예정인 하나머스트스팩은 2월들어 20%넘게 급등했고, 합병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대우스팩2호 이달들어 10% 넘게 올랐다. 큐브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할 우리스팩2호는 올들어 30%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같은 급등세는 코스닥 시장 활황과 맞물리며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문제점도 있다. 아직은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태여서 ‘주가 조작’ 의심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교보위드스팩은 지난 23일 단일계좌 거래량 상위종목으로 지정됐다. 9만주나 되는 물량이 한 계좌에서 매도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유진스팩1호는 이달 5일 당국으로부터 ‘매매관여 과다종목’으로 지정됐다. 소수계좌에서 집중적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 원인이었다.
정보유출을 통한 부당 이익 챙기기는 스팩 시장의 과열 징후로 해석된다. 지난 5일에는 스팩 도입 이후 처음으로 불공정행위가 적발됐다. 피합병 기업의 내부 정보를 미리 알고 차명계좌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다. 스팩의 가치는 합병 대상이 되는 기업의 가치에 비례해 오르내리기 마련인데, 관련 정보를 미리 알게된 내부인이 차명계좌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이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상장 및 상장예정인 스팩=우리스팩3호, 케이비제3호스팩, 신한2호스팩, 대우2호스팩, 현대에이블스팩1호, 케이비제4호스팩, 유안타스팩1호, IBKS제2호스팩, 케이티비스팩1호, 하이제2호스팩, 한국2호스팩, 동부스팩2호, 엘아이지스팩2호, 하나머스트2호스팩, 우리SL스팩, 케이비제5호스팩, 교보3호스팩, 하나머스트3호스팩, 케이비제6호스팩, 현대드림스팩2호, 엔에이치스팩2호, 골든브릿지스팩2호, (이하 상장 예정)SK스팩1호, 케이비제7호스팩, 케이티비스팩2호, 한화에이스스팩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