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해양 무인시스템 상용화 열쇠는?

해양플랜트, 해상교량, 해저터널 등 해양구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중 공간에서 작업하기 위해서는 무인수상선이나 수중로봇 등의 해양 무인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며, 세계 각국은 이와 관련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해양 무인시스템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국가 해양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해양 무인시스템 시험 평가를 위한 공인된 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해양 무인시스템의 기술 개발 단계는 물론이고 상용화 단계에서도 공인된 시험평가 체계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과도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요구받는 등 기업들이 기술 상용화에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는 첨단 해양 무인장비 산업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해양수산부는 전북 지역의 해양 무인장비 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부터 진행 중인 ‘해양 무인시스템 실증시험평가 기술 개발’ 사업을 적기에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해양 무인시스템 실증시험평가 기술 개발’ 사업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주관하고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포함한 연구기관, 11개 민간기업 등 총 22개 기관이 참여하는 사업으로 해양 무인시스템의 객관적인 시험평가 체계를 개발하고 내해 및 외해 환경에서 다양한 조건을 시험할 수 있는 실증 시험장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는 새만금과 포항에 각각 내해와 외해 시험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새만금 지역에는 상시 정온 특성을 활용해 해양 무인장비의 기본 성능과 자율운항, 운항 제어, 임무 수행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내해 시험장과 관제센터가 건설될 예정이다. 한편 포항 지역에는 외해 환경에 최적화된 조건을 제공해 다양한 해양 무인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외해 시험장이 구축될 것이다.

이번 사업 수행으로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해양 무인시스템의 체계적인 시험 평가를 통해 신뢰성 있는 성능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우리나라는 해양 무인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를 선도할 수 있다. 둘째, 해양 무인시스템의 시험 평가 체계 및 시험장은 민간뿐 아니라 해군과 해양경찰청 등 공공기관도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되어 국가 방위와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해양 무인시스템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을 높이고, 해양 관련 신기술의 발전과 시장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산·학·연·관·군이 협력하는 체계를 통해 새로운 해양산업이 창출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짐으로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양 무인시스템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민 안전과 해양 자원 보호, 그리고 새로운 산업 창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사업은 민간기업, 연구기관, 방위 및 안전 관련 기관들이 함께 참여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안정적인 예산 지원과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해양 신산업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장인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신산업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