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신속집행제 폐지 검토하고 총량관리시스템으로 불용액 낮춰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행정안전부가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를 추진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에 편법적인 방법을 권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상반기 지방재정 집행 적극 활용 지침’에 ‘초과근무수당 당월 지급’, ‘공사비 선금 집행’ 등 각종 편법 및 무리한 방법이 실려있다고 지적했다.
신속집행은 상반기에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부양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제도다.
지침의 ‘소비 분야’에는 업무추진비 개산급 지급--0 적극 활용, 공공요금 선납, 익월 지급 원칙인 초과근무수당 당월 지급 등을 독려한다고 돼 있다.
각종 비품·물품 일괄 구매나 선구매, 맞춤형 복지비 상반기 내 전액 집행 등도 권장한다.
‘업무추진비 개산급’은 주변 식당에 미리 카드를 긁어놓고 회식이나 행사 후 사후정산 하는 방식 등을 뜻한다.
아직 사용하지도 않은 전기세나 수도세를 미리 납부하기 위해 한전·상하수도사업소와 협의하고, 심지어 초과근무수당·직책 수당·맞춤형 복지비 등 사실상 공무원 보수에 해당하는 비용조차 최대한 당겨 쓸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 분야 재정지출은 불용액(예산에 편성돼 있던 예정 사업이 중지돼 지출의 필요가 없어진 경비)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신속 집행의 가장 중요한 취지 중 하나인 불용액 감축 효과가 사실상 없고 행정력만 낭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분야에서는 선금급(경비 미지급 시 사무·사업에 지장이 있을 우려가 있어 미리 주는 경비) 집행 활성화, 민간경상사업(민간 사업 중 공익성이 있어 지자체가 사업비를 지원하는 사업) 보조금 일괄 교부, 지방보조금 중 공사비 선금 집행 등을 권장한다고 돼 있다.
편법은 아니지만, 선금 등을 과하게 집행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용 의원은 “신속집행 문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한 공무원노조를 통해 선금 지급 후 공사에 문제가 생겨 징계받은 사례를 접했다”며 “이 공무원노조에서는 전국 지부를 통해 의견을 취합했는데 신속집행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실 공사’가 지목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지자체들은 약 300억원 규모의 신속집행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필요 예산을 본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추가경정예산에 포함시켜 신속 집행률을 높이는 편법을 자행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6월에는 단양군의회가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 폐지 촉구 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신속집행에 대한 지자체 공무원과 지방의회의 반대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용혜인 의원은 “신속집행 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불용액을 실질적으로 낮추기 위한 총량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