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차원의 창업·협업 문화 조성 위한 'K밸리' 가동
[헤럴드 분당판교=오은지 기자]]미국 실리콘밸리를 본따 한국 경기도 동남부 지역을 'K밸리'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한국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창업·협업 문화가 필요하다는 반성에서 나온 흐름이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전하진 새누리당(성남 분당 을) 의원을 찾아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클러스터 조성? 문화가 있으면 클러스터는 생긴다"미국 실리콘밸리에 가면 보통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네, 이게 뭐야?'라고 생각한다. 뚝뚝 떨어진 건물들만 보인다. 그런데 조금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새 없이 만남이 이뤄진다"전하진 의원은 실리콘밸리를 "어디서든 명함을 내밀고 얘기를 섞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자·개발자·투자자·변호사·학생 등 누구나 만나서 터놓고 아이디어를 얘기하고 서로 의기투합해 창업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 솟는 문화가 실리콘밸리를 규정하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판교테크노밸리 등 정부 주도 클러스터는 문화가 아닌 하드웨어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홍대·대학로에 음식점과 연극인이 모여드는 이유는 그런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며 "문화가 있어야 사람이 모이고, 실제로 정부가 원하는 창조경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사회문제 논의 위한 민간 모임 'B팹' 도 출범국내에는 창업이나 산업적인 아이디어를 두고 서로 토론하는 문화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 먼저 사람들 사이의 가교 역할은 해야 한다. 전 의원이 그 일을 맡겠다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K밸리 포럼'을 결성해 사람을 모았고, 학계와 업계 종사자들이 모이는 'B팹' 프로젝트도 올해 초부터 시작했다. B팹은 청장년 실업, 패러다임 변화, 라이프스타일과 지역사회 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는 모임이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업계와 학계 종사자가 모여 있다.그는 "B팹이 5·10년 뒤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 전망하는 '인비저닝(envisioning)', 각자의 권한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임파워링(empowering)', 새로운 삶의 문화를 그리는 '디자인 씽킹(Thinking)'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만 놓고 보면 대학이 하나도 없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주변에 20여개 대학에 학생 20만명이 공부하고 있다"며 "이들과 기업 종사자들이 모여서 각종 사회문제를 풀어보는 과정에서 창업도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에코사이언스' 예산 배정 절실좋은 아이디어가 자금이 없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K밸리재단'도 조성하고 있다. 초기 약 20억원 가량을 모아 K밸리 문화 조성의 마중물로 쓴다는 계획이다. 정부 과제 같은 뿌려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 재원을 주로 사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중화학 등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산업이 나왔는데, 정부는 그 산업에서 더 훌륭한 기술을 만들자고 생각한다"며 "훌륭한 연주자들을 잔뜩 모은 오케스트라에 지휘자와 악보는 없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들을 하나로 융합할 지휘자와 악보를 그리는 일을 시작할 때라는 설명이다.그렇다면 융합은 누가 하는가, 어떤 음악을 합주해야 하는가가 문제다. 전 의원은 이에 대한 과학적방법론을 '에코사이언스'라 부르고 이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봤다. 무선충전버스를 예로 들면, 기술 개발 업체들은 인프라가 없어 도산으로 내몰리고 버스 업체들은 규제 때문에 이를 도입하기 힘들어한다. 에코사이언스는 전체 생태계를 고려해 기술개발·생산·형식승인·법개정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생태계를 구축하는 플랫폼을 디자인 하는 방법론, 디자인된 플랫폼 각 부분이 움직일 수 있도록 수행하는 방법론 등이 포함된다. 궁극적으로는 컨테이너박스같은 혁신형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다. 컨테이너 박스에 맞춰 크레인, 선박, 트레일러 트럭, 창고, 야적장이 모두 일괄 디자인된다. 지금 한국의 현실은 각 부처마다, 산업마다 다른 컨테이너 박스를 만들고 후방 생태계도 각각 만들어가는 형국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각 부처가 따로 일을 하면서 손발이 전혀 맞지 않는다"며 일침을 놨다. 예산 사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농촌에 150조원 쏟아붓는다고 농촌이 살아나지 않는다"며 이유를 "밑빠진 독에 물붓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150조원을 농산물 수출을 위한 물류 시스템에 쓰고 유통망을 정비하면 농촌이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전 의원은 "판로는 전혀 개발하지 않고 품종개량만 열심히 하고 있더라"라며 "정부는 유통 경로에 있는 빈 곳을 메꿔 인프라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고 농가는 개발·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면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연간 예산 370조가 이런 식으로 뿌려진다"며 "전 산업군을 검토해 핵심 역할자(키 플레이어), 부가 지원자(서브 플레이어)를 정하고 예산을 줘야 한다, 이에 앞서 그 방법론 만들어낼 에코사이언스에 먼저 예산을 투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산업구조, 피라미드에서 클라우드 시대로전 의원은 "지금까지 정보를 위에서 독점하고, '갑'이 '을'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던 사회였다면 이제는 점점 그렇게 할 수 없는 구조가 돼 가고 있다"며 "이제는 언론을 막는다고 정보가 통제되는 시대가 아니다, 언론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속보를 만들지 않느냐"고 말했다. "네트워크의 새로운 중심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를 정립해 가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아픔과 문제점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 지금의 고실업률, 과잉생산에 따른 잉여물 등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성남을 비롯한 주변 생활권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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