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주체 삶 터전 변화 의지 보여주는 좋은 예”
[헤럴드경제 시티팀 = 국제팀]최근 몇 년간 미국 도시계획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Do-it-yourself(DIY) 어바니즘'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DIY어바니즘은 말 그대로 주민이 도시계획의 주체가 되어 직접 계획부터 시행의 모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주거환경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개념이다. 기존의 도시계획이 정부나 한 기관이 주체가 되는 하향식(top-down) 개념이라면, DIY 어바니즘은 일반 주민이 주체가 되는 철저한 상향식(bottom-up) 개념이다. 또한, 많은 자본과 인력, 시간이 투입되는 기존의 도시계획과는 정반대로 DIY어바니즘은 최소한의 자금과 노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도심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혹자는 DIY 어바니즘을 전략적(tactical) 어바니즘 또는 게릴라(guerrilla) 어바니즘이라고도 부른다.DIY 어바니즘의 개념 및 역사다양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DIY 어바니즘은 하나의 형태로 정형화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진다. DIY 어바니즘은 길거리 그라피티에서부터 대규모 도심정원 조성사업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 개념은 ① 의도적이며 단계적인 변화 추구, ② 기존의 도시계획적 접근방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천착, ③ 단기적 노력을 통한 현실성 있는 목표 설정, ④ 적은 위험부담 큰 파급효과, ⑤ 커뮤니티 결속력 강화 및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DIY 어바니즘 운동은 복잡한 행정적 절차와 오랜 시간을 거쳐야 하는 기존의 도시계획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이는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한 시 당국의 예산 부족과 이에 따른 공공서비스 축소로 인해 주민들 스스로가 주체가 돼 삶의 터전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이어졌다.이처럼DIY 어바니즘은 기존의 도시계획과는 사뭇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그 개념적 토대는 도시계획에 대한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Henri Lefebvre와 David Harvey의 '도시권(right to the city)'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는 19세기에 유행한 시민의식 함양운동(civic improvement)과 그 맥락을 같이 하며, Jane Jacobs에서 William Whyte로 이어지는 자연발생적이며 유기적인 도시건설에 주목하는 대안적 도시계획 사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DIY 어바니즘의 종류DIY 어바니즘은 시행 주체에 따라서 작게는 마을공동체 단위의 프로젝트에서부터 크게는 시 정부의 도시계획국이 사업 시행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사업에 따른 규제의 강도에 따라 차 없는 길 같이 시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와 통제 속에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있는 반면, 임시 자전거 주차장 같이 시 정부의 개입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개인적인 성격의 프로젝트도 있다.DIY 어바니즘의 대표적인 예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된 'Parklet'을 들 수 있다. Parklet은 노상주차장이 자동차의 전유물이라는 기존의 사고를 탈피해 주차장을 시민들의 쉼터로 개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노상 주차공간에 몇몇 사람들이 간이 벤치와 탁자를 놓고 놀이 형식으로 시작된 것이 지금은 미 전역에 확산돼 도심의 제한된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 그 형태가 점점 기발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밖에 대도시에서 이미 일상화가 된 푸드트럭이나 팝업 스토어 등은 시민들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와 기업의 경제성을 모두 고려하는 절충형 DIY 어바니즘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DIY 어바니즘의 극복과제DIY 어바니즘이 기존의 하향식 도시계획 접근방법에 대한 대안으로 생겨났지만, 기존 도시계획 사조의 대체 가능성에 대한 열띤 토의가 벌어지고 있다. DIY 어바니즘은 시민들의 자율성과 사회 통합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이로 인해 기존 도시계획적 접근방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생겨날 수 있으며, 심지어는 도시계획의 당위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계층의 시민참여를 중시하는 기존의 도시계획에 비해 DIY 어바니즘은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결과를 나을 우려가 있으며, 기존의 행정절차를 건너뜀으로써 불특정 다수에 대한 안전성 및 적법성을 보장하기 힘들고, 상이한 미에 대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과 같은 사회적 합의 절차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시사점DIY 어바니즘은 기존의 도시계획의 한계에 대한 대안적인 개념으로 등장하게 됐다. 21세기 지식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시민사회의 요구와 이에 따른 유연한 도시 인프라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혀 새로운 도시계획 개념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DIY 어바니즘은 도시계획의 당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향후 도시계획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자발적인 시민 참여로 탄생한 DIY 어바니즘은 새로운 형태의 시민 참여형 도시계획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본 기사는 세계도시정보 사이트(http://ubin.krihs.re.kr/ubin/wurban/maincitynews_View.php?no=1399&thema=&start=0)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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