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문 열린채 청소ㆍ발견 24분뒤 119 신고ㆍ1인근무때 ‘특별’ 사냥훈련

[헤럴드경제=최원혁ㆍ최진성 기자] 사육사가 맹수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동물원 안전관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숨진 사육사 김모(52) 씨는 사자 방사장 내실 문(우리 출입문)이 열린 줄도 모르고 방사장<사진>을 청소하다 사자 두마리에게 참변을 당했다. 특히 김 씨는 사육사 경력 20년, 맹수사 경력 3년의 베테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날 사고를 둘러싼 여러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사자 우리 문, 왜 열려있었나?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사육사 김 씨가 방사장으로 향하는 사자 우리 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재용 어린이대공원 동물복지팀장은 “우리에 사람과 맹수가 동시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2인 1조로 근무할 때는 한사람이 내실(우리 안쪽)에 들어가 사자 우리 문을 닫은 뒤 무전으로 방사장 출입문에서 대기하는 사육사에게 연락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날은 다른 사육사가 휴무여서 김 씨 혼자 근무했다. 어린이대공원에 근무하는 맹수사는 2명으로, 주 5일 근무에 따라 매주 이틀은 ‘1인 근무’ 체제로 돌아간다. 이 경우 혼자서 우리 문을 닫고 방사장에 출입한다. 1인 근무라고 해서 안전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이날은 어린이대공원 대학생 서포터즈가 사자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참관한데다 당초 3월에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앞당겨 진행하면서 방사장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김 씨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우리 문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뒷정리에 신경쓰다 참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늑장대응? 매뉴얼대로? =김 씨는 최초 발견된 시간보다 무려 49분이나 늦게 인근 건국대학교 병원에 후송됐다. 건대병원이 어린이대공원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김 씨가 최초 발견된 시간은 오후 2시25분으로, 소방담당 직원(최초 발견자)이 즉각 인근에 있는 코끼리 사육사와 사무실에 무전으로 연락했다. 담당 수의사는 무전소리가 불명확해 전화통화를 시도하면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때까지 아무도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한 대응팀은 마취총 등으로 사자를 제압해 우리로 들여보낸 뒤에야 119에 신고했다. 119에 신고한 시간은 오후 2시49분. 이미 24분이나 지난 뒤였다.

이어 김 씨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14분. 이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훨씬 지난 시점이었다. 인영주 사육과장은 “당시 경황이 없었지만 위급사항 대응 매뉴얼대로 진행했다”면서 “119구급대원이 도착하자마자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사자를 먼저 우리 안으로 이동조치했다”고 설명했다.

▶3월 프로그램을 2월에? =이날 어린이대공원에서 진행한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은 종이로 만든 동물 모형 안에 고기를 넣고 사자가 사냥을 하도록 훈련하는 과정이다. 한달에 한번 정도 진행되는 정기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왜 하필 1인 근무일 때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느냐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프로그램이 당초 3월에 진행하기로 돼 있던 것을 앞당겨 실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인영주 사육과장은 “1인 근무일 때도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서 “이날은 특별히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별히’ 진행한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