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걸그룹이 많아지면서 살아남기 전략이 필요해졌다. 강렬한 임팩트를 남겨야 된다는 강박도 생겼다. 그 전략으로는 섹시함을 드러내는 노출과 선정적인 댄스만한 게 없다. 많은 걸그룹이 섹시 노출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오히려 몸을 가리는 청순 전략을 고수하는 걸그룹이 있다. 3년차 걸그룹 에이핑크(정은지 손나은 박초롱 윤보미 김남주 오하영)다.

에이핑크는 2011년 데뷔 이래 청순한 이미지를 유지해온 ‘요정돌‘이다. 나이대는 17~22세. 굳이 선배와 비교하자면 ‘SES’의 분위기와 가깝다. 원피스, 치마를 입고 레이스 달린 옷을 선호하며 밝은 노래와 귀여운 안무는 걸그룹 시장의 흐름을 약간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걸그룹들이 섹시 코드를 남발해 섹시 콘셉이 식상하게 되면서 오히려 청순한 이미지를 계속 보여준 에이핑크가 부각되고 있다. 대중들은 오히려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의 에이핑크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최근 5곡이 실린 미니3집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으로 돌아온 에이핑크는 타이틀곡 ‘노노노(Nonono)’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투에니원의 ‘Falling In Love‘, 다이나믹 듀오의 ‘BAAAM’과 1위를 다투고 있다. ‘노노노’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다.

에이핑크, 걸그룹 시장 세분화되면서 살아남는 예

“데뷔때부터 우리 나이에 맞는 음악으로 시작해 듣기 편안한 음악을 해왔어요. 지금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박초롱) “노래, 춤, 의상 3합이 맞아야 하는데요. 저희는 아직 청순한 모습이 더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정은지)

신사동 호랭이가 작곡한 ‘노노노‘는 듣기 편안한 힐링곡으로 전 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다, 에이핑크가 고수해온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한층 더 부각시킨다.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어준 그대를 위해 이제는 내가 그대의 힘이 되어주겠다'는 이 곡은 연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응원가에요”(윤보미)

에이핑크, 걸그룹 시장 세분화되면서 살아남는 예

펑키한 기타 리듬과 스트링 선율이 조화를 이룬 ‘노노노’는 깔끔한 멜로디 구성과 ‘슬퍼하지마 노노노! 혼자가 아냐 노노노!‘ 등 포인트 가사의 반복으로 한 번 들으면 흥얼거리게 될 정도로 중독성이 있는 노래다. 중간에 세번쯤 나오는 신디사이즈 악기 소리도 좋다. 수록곡중 ‘U You‘는 드라이브 하면서 들을만한 경쾌한 곡이고 ‘시크릿 가든’은 미디엄 템포의 팝발라드다.

하늘거리듯 춤을 추는 청순 매력의 이미지와 노래가 함께 부각되면서 에이핑크의 지명도도 높아졌다. 공식 팬클럽 ‘핑크팬더’의 다음 카페 회원 수는 이미 5만 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메인보컬 정은지와 손나은 등 연기자로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응답하라 1997‘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출연했던 정은지는 김정은이나 김선아 선배처럼 털털하고, 속시원한 캐릭터를 해보고싶어한다. 내성적인 손나은은 ‘무자식상팔자‘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으며 많이 밝아졌다.

에이핑크, 걸그룹 시장 세분화되면서 살아남는 예

”노래가 너무 강해도 안되고 너무 어른스러워도 안되고...이러다 청순 컨셉에 묶여버릴까 하는 고민도 있지만 섹시함을 인위적으로 강조하는건 우리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아직 어리니까 풋풋한 소녀 이미지를 계속 끌고갈 것 같아요“(정은지)

걸그룹이 많아지면 시장도 세분화된다. 이럴 때는 에이핑크처럼 확실한 특징이 있는 팀이 살아남는데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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