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디자인위크2013’ 결산

팀브라운 · 이토도요등 혜안 돋보여 틀 벗어난 디자인토크도 박수갈채

트렌드 앞서가는 여성관객 압도적 전문가 · 참가자간 ‘열린 구조’ 환호

아시아 최대 ‘디자인 축제’인 헤럴드디자인위크2013 행사가 11일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모두 끝났다. 헤럴드디자인포럼을 축으로 한 행사에서는 가공할 만한 위력의 디자인 미래를 모색하는 축제였다. 글로벌 디자인 거장들이 내놓은 글로벌 화두에 청중들은 매료됐고, 그들의 메시지와 함께 그려지는 뉴(New)디자인에 모두 열광했다.

디자인위크는 전문가와 일반인이 어울려 새로운 미래를 함께 디자인하고, 공존의 가치를 추구하는 축제 무대의 한마당이었다. 일반인 참석자들은 세계적인 디자인 구루들의 혜안과 감각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고, 글로벌 디자인 거장들은 디자이너로서의 책임과 나아가야 할 바를 다지는 공간이 됐다. 이에 청중들은 벌써 2014년 디자인 축제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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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60주년 특별 강연 및 헤럴드디자인위크3013 개회식이 7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려 정홍원 국무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다.<br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헤럴드60주년 특별 강연 및 헤럴드디자인위크3013 개회식이 7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려 정홍원 국무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디자인의 바다에서 함께한 5일=디자인포럼과 디자인마켓이 열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는 5일간 5000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다녀가며 성황을 이뤘다. 본 행사인 포럼에는 이틀간 1000여명의 관람객들이 참여했다. 적지 않은 가격의 티켓은 행사 개막 전에 일찌감치 매진됐다. 때문에 기업의 디자인 전문인력이나 학교의 디자인 전공자 등 사전에 티켓을 확보하지 않은 채 현장에 왔다가 표를 구할 수 없어 돌아간 단체고객의 숫자도 상당했다.

포럼의 전체 참석자 가운데 남성은 30%였고 여성이 70%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아 눈길을 끌었다. 디자인업계 종사자나 전공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높은 탓도 있지만, 일반 관람객들 가운데에서도 아름답고 새로운 것,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별로는 10대(1.8%), 20대(52.8%), 30대(33.5%) 등 젊은층 참가자들이 대다수를 이뤘다. 하지만 40대(9%), 50대(2.1%)의 장년층 참가자도 10%를 넘으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참석자들은 다방면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사진과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포럼의 ‘열린 구조’에 높은 점수를 줬다. 디자인 구루들의 실제 사례와 철학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었던 탓에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어도 디자인과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세계적 구루와 창조적 소통…亞 최대 ‘디자인 축제’ 위상 높였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팅그룹 JOH에서 건축 분야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는 이혜성(28) 씨는 “헤럴드디자인포럼은 디자인에 뜻을 두고 있는 학생들부터 실무자들까지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자리였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공존과 상생의 디자인’ ‘디자인의 사회적책임’이라는 포럼이 던진 화두에 대해 공감을 표시한 관람객도 많았다.

포럼과 함께 열린 디자인마켓의 열기도 뜨거웠다. 누구나 관람 및 구매가 가능했던 탓에 일평균 1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다녀갔다. 5일간 1억5000만원 이상의 디자인 소품들이 판매된 것으로 파악된다. 참여했던 디자이너들과 기업 간의 새로운 계약이 맺어지는 등 새로운 디자인 생태계 구성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디자인 구루들에게는 영감과 만남의 장=헤럴드디자인포럼은 다양한 구성과 젊은 디자이너, 일반 참가자들의 참여를 높인 행사 방식으로 행사에 참여했던 세계적인 디자인 그루들에게도 큰 인상을 남겼다.

9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디자인토크’에선 젊은 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만족한 카스텔바작이 행사 종료 후에도 자진해 현장에 남아 참석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다. 그의 ‘즉석 팬미팅’은 2시간가량이나 이어지기도 했다. 그는 “틀에 짜여진 다른 행사들보다 즉흥적으로 젊은이들과 생생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토크 행사가 너무 맘에 든다”고 했다.

디자인 그루들 간의 새로운 네트워크 형성과 논의의 장 역할도 했다. 게리 카드와 게빈 휴즈는 같은 영국인 출신 아티스트임에도 활동 영역이 달라 개인적으로는 친분이 없다가 헤럴드디자인포럼에서 만나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서로의 디자인관에 대해 상당한 이야기를 나눴다. 카드는 “포럼을 통해 휴즈와 처음 알게 됐는데 서로 코드가 맞는다”며 즐거워했다는 후문이다.

세계적 구루와 창조적 소통…亞 최대 ‘디자인 축제’ 위상 높였다

매기 맥냅은 바쁜 일정 중에도 다른 연사들과 만나 각자 분야의 디자인이 안고 있는 고민들을 나누고 디자인의 미래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식 일정 후에도 호텔 등에서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와 게리 카드나 게빈 휴즈 등과 티타임을 가지며 ‘정체된 이탈리아 디자인에 필요한 변화’ ‘디자인계에 필요한 변화’ 등을 논의했다.

특히 그는 헤럴드디자인포럼 참석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자체에 대한 첫 방문이었다. 일정 내내 공항과 호텔은 물론 행사장 주변의 거리 모습과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포럼장 옆에 마련된 마켓을 찾아 작품을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 보기도 했다. 맥냅의 외할아버지는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장군 출신 군인이다. 그녀는 “한국에 처음 와봤지만 특별한 유대감을 느낀다”고 했다.

홍승완ㆍ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