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자인 명장들은 성과와 혁신을 넘어 사회와 소통하고, 올바른 사회 변혁을 위해 공존의 가치를 디자인에 심어 ‘함께 열린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디자인의 사명이자 방향이라고 말한다.

<프리즘 - 김영상> 디자인, 네게 사회적 책임을 명한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선 ‘헤럴드디자인위크2013’ 행사가 진행 중이다. 이 중 글로벌 디자인 거장들이 참석해 강연한 헤럴드디자인포럼에는 많은 시선이 쏠렸다. 이들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매일 1000여명의 청중이 자리를 메웠다.

주목받은 이유는 이들의 ‘명성’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디자인 혁신기업 IDEO의 최고경영자(CEO) 팀 브라운, 이탈리아 산업디자인 거장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글로벌 톱 그래픽 디자이너 매기 맥냅, 서른살의 천재 디자이너 영국의 게리 카드, 사회 기여 공간디자이너 게빈 휴즈, 일본 현대건축의 아이콘 이토 도요, 한국을 대표하는 오준식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돈태 탠저린 공동대표 등. 기업 경영자는 물론 디자인 학도에겐 ‘멘토’이자, 디자인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이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글로벌 디자인 명장들이다.

현장에서 이들의 강연을 직접 들은 것은 상당한 행운이다. 다만 그들의 얼굴을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글로벌 디자인 거장들이 내놓은 공통 화두를 통해 미래 디자인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새 디자인의 미래를 ‘사회적 책임’에서 찾았다. 성과와 혁신을 넘어 사회와 소통하고, 올바른 사회 변혁을 위해 공존의 가치를 디자인에 심어 ‘함께 열린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디자인의 사명이자 방향이라고 했다. 이들은 모두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DSRㆍDesign’s So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했다. 책임이 동반되지 않은 디자인은 ‘죽은 디자인’이라는 게 이들의 합창이었다.

낡아빠진 복싱체육관을 리모델링해 명품 매장으로 탈바꿈시킨 게리 카드의 꿈도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에 담겨 있었고, 지난 2011년 도서관 중심의 건축물을 열린 공간으로 디자인해 호평을 받은 일본의 혁신 건축가 이토 도요의 목표점도 사회 구성원들과의 소통이었다. 이들은 왜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에 이토록 천착하고 있는 것일까.

국내 디자인계의 거물인 오준식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굿 디자인(Good Design)은 가라, 이제 옳은 디자인(Right Design)시대다.”

디자이너는 그의 디자인을 어떤 형태, 어떤 소재로 하느냐에 따라서 하나의 엄청난 ‘쓰레기 양산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엄청난 ‘자연의 기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하기에 따라 재앙이 될 수 있고,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쓰레기로 만들지, 아름다운 공간과 공존의 공간화에 기여할지 디자이너가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디자인포럼 내내 관통한 화두와 맞아떨어진다. 사회 구성원과 공존하고, 지구 구성원과 소통하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의 사명에 고뇌의 성찰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행사는 끝났지만 헤럴드디자인포럼에서의 다음과 같은 대명제는 좀 더 각인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디자인, 네게 좀 더 충실한 ‘사회적 책임’을 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