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포럼 - 고동수> 모두가 싫어하는 전기요금 인상(?)

지난여름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던 전력거래소의 전력예비율 수치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다시 TV 화면을 장식할 것 같아 걱정이다.

2011년 9월 15일 순환단전의 원인이 무엇일까? 간단히 얘기하면 우리나라 전기 공급능력에 비하여 소비자들이 전기를 더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왜 전기를 많이 사용했을까? 여러 에너지 중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경유가격은 172.2%, 등유는 125.7%, 도시가스요금은 52.5% 올랐는데 전기요금은 11.3% 오르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전기요금이 다른 에너지요금에 비해 가장 싼 것이 맞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전기는 1차 에너지인 석유나 가스를 가공해서 만든 2차 에너지이므로 전기요금은 석유나 가스요금보다 비싸야 한다. 그런데 여러 가공 단계를 거쳐서 만들어진 깨끗하고 편리한 전기가 석유나 가스보다 싸니 누가 전기를 안 쓰겠는가?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에너지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 이후 정부는 전기요금을 조금씩 인상했으나 2012년 기준 원가회수율은 아직 88.4%이다(주택용 85.4%, 산업용 89.5%, 농사용 33.2%).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가 중에서 주택용은 5번째로 싸고, 산업용은 10번째로 싸다. 그러다 보니 201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소비량(kWh/$)은 OECD 평균에 비하여 1.8배 정도 많고, 1인당 전력소비량(kWh)도 OECD 평균에 비하여 1.3배 정도 많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기요금 상대가격을 15~20%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9ㆍ15 순환단전 직후 합동대책반이 전기요금 합리화(전기요금 인상)를 건의했으나, 그해 12월 물가안정을 이유로 주택용은 동결시키고, 평균 인상률도 예년 수준인 4.5%에 그쳤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마자 너도 나도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잠시 미뤘을 뿐이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 요금 인상을 요금 현실화 또는 요금 정상화라고 에둘러 말하지만 이를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한편에서는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것이 한전의 부채를 갚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시큰둥해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전 등 발전회사의 부채가 국가 전체 부채의 20%가 넘는 96조원에 달하게 된 것은 정부가 전기를 생산비보다 싸게 팔게 한 것이 주원인이다. 일반 기업 같았으면 이미 파산하고도 몇 번을 파산하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전이 파산하지 않은 것은 언젠가는 정부가 세금으로 부채를 갚아줄 것이라고 모두들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부가 에너지 분야의 어려운 실태를 정확히 전달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는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하고 녹색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실질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격에 근거한 에너지 절약이 동반되어야 한다. 과거와 같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가르치려는 구호에서 벗어나서, 에너지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제 값을 치르고 사용하여야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할 때가 된 것 같다.

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