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스트레스 얼마나 심하길래…

지난해 대구에서 수능을 하루 앞두고 대입 삼수생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슬프지만 우리 사회에선 수능 전후로 심적 압박감이나 성적 비관으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수험생의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수험생들은 수능 이후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음주, 흡연, 성관계 등 급격한 일탈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수능이 유발하는 스트레스의 과중함은 수험생 본인에게 있어선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사회구조가 이렇게 변화된 데는 ‘시험 한번에 인생이 결정될 수 있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완벽주의ㆍ우울증일수록 高스트레스=완벽주의 성향을 가졌거나 우울증 기질을 소유한 수험생이라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완벽주의 성향인 수험생은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이다. 작은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고 괴로워하거나 실패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한다. 평소에 잘했더라도 수능이란 큰 시험에서 과도한 긴장으로 시험을 망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성적이 우수했던 학생일수록 점수를 자신의 존재감과 연결시켰을 가능성이 높아 부진한 성적은 부모나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것이란 판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은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억압, 가정 내 불화, 또래집단의 따돌림, 이성친구 문제 등과 접목돼 수능 후 자살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평소 우울 증상이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시험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그동안 감춰왔던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수험생 본격관리는 시험 後부터=따라서 수험생에 대한 본격적인 관리는 수능 이후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인생이 수능 한번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격적으로 주지시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성적과 자신의 가치를 직결시키는 생각을 차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또 과도한 일탈행동을 막기 위해선 부모들이 자녀가 소속된 또래집단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귀가시간이 반복적으로 약속된 시간보다 늦어질 경우 더욱 관심을 쏟으면서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자녀의 스트레스 상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 여겨질 경우엔 부모가 직접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살 의도가 있을 정도로 충격의 강도가 큰지 등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부모들이 자식과의 대화마저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엔 정신과 전문의를 함께 만나 상담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