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한쪽도 나누는‘ 작은 영웅들’…이색기부 퍼레이드
“저소득 귀농가구 소한마리로 불씨되길” 두당 200만원짜리 암송아지 5마리 쾌척
쪽방촌 어르신들 “더 어려운 이웃위해…” 십시일반 모아 5년째 성금기탁 감동
서인국·유노윤호 등 팬클럽 기부 잇따라 서울마주協 경주마 이름으로 상금 기탁도
“성공의 완성은 나눔이다.”
투자의 귀재이자 세계 최고 갑부에 이름을 올린 워런 버핏은 평소 “열정은 성공의 열쇠이고, 성공의 완성은 나눔”이라고 말했다. 버핏의 기준대로라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며 살고 있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삶’이 된다.
연말연시가 되면 이런 가치관을 실천하는 ‘작은 영웅’들의 소식이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한다. 이들은 큰 돈이 아니더라도 송아지, 쌀, 영화티켓 등 이색기부로 이웃 사랑을 실천한다. “콩 한쪽이라도 함께하는 미덕”이 나눔의 출발점인 셈이다.
▶이심전심ㆍ십시일반…‘나와 같은 처지 이웃 돕기’=지난 3일 전남 함평군에 사는 이점용(49) 씨는 10개월 된 암송아지 5마리를 전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지금은 한우 180여마리를 키울 정도로 기반을 잡았지만 이 씨는 지난 1995년 귀농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그는 “처음 귀농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성공이 있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 귀농가구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 씨는 두당 시가 200만원에 상당하는 암송아지 5마리를 선뜻 내놓았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귀농 가구들이 암소 한마리를 희망의 불씨로 삼아 열심히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쪽방촌 주민들이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쌈짓돈을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인천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쉼터 입소자, 무료급식소 이용 어르신 등 300여명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112만3560원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됐다.
인천 만석동 쪽방촌은 좁은 골목들을 중심으로 작은 방들이 1~2층에 걸쳐 모여 있는 곳이다. 주민 60~70%가 노인이고, 기초생활수급자는 30% 수준에 불과한 열악한 동네다. 주민 대부분이 문구 및 파티용품을 만드는 자활사업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인천 만석동 쪽방촌의 성금 기탁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주민대표로 참여한 김명광(70) 씨는 “만년필, 풍선을 만들거나 폐지를 주워 생기는 돈이 한 달에 20만원 정도 된다. 여기서 조금씩 모았다”며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팬심(心)’ 기부로 승화시킨 스타 팬클럽=스타들의 팬들이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문화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가수 겸 배우인 서인국의 팬클럽 서인국 갤러리가 지난달 20일 울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영화티켓 287장(166만8000원 상당)을 기탁해 눈길을 끌었다. 서인국 갤러리는 지난 10월 말 개봉한 서인국 주연의 영화 ‘노브레싱’ 개봉을 기념해 평소 문화생활을 하기 힘든 울산지역 소외 아동ㆍ청소년들을 위해 써달라며 영화티켓을 기부했다.
팬클럽의 이 같은 이색기부는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한류스타인 유노윤호의 13개국 팬들이 유노윤호의 생일을 맞아 광주 5개 구청에 쌀 13여t을 기부했다.
광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러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의 세계 곳곳 해외 팬들이 쌀 12.62t(3155만원 상당)을 모았다. 이 쌀 중 11.61t은 광주 5개 구청을 통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기초생활수급자 등 1161명의 가정에 각각 10㎏씩 전달됐다.
박용훈 울산 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건전한 팬클럽 문화가 기부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스타의 팬클럽이 기부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말 달려서, 고구마 팔아서…이웃 사랑 실천=지난 4일 서울 마주협회 소속 회원들이 경주마 8마리의 이름으로 1억2000만원을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말띠 해인 2014년 갑오(甲午)년을 앞두고 의미 있는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올해 서울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를 포함해 6연승을 기록한 ‘지금이순간’의 마주 최성룡 씨가 우승 상금 중 5000만원을 기부하기로 하면서 다른 선수들도 하나둘 동참하기 시작했다. ‘조이럭키(박덕희 마주)’ ‘풀문파티(강균호 마주)’ ‘으뜸칸(차영희 마주)’ ‘구만석(구자석 마주)’ 등은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900만원을 내놓았다. ‘인디언블루(강용식 마주)’는 심장질환을 겪는 청소년 환우 수술비로 500만원을, ‘광교비상(신항철 마주)’은 독거노인 급식소 운영을 위해 300만원을 기탁했다.
2008년부터 ‘경주마 명의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대섭 서울마주협회 회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손수 고구마를 팔아 마련한 수익금으로 이웃을 돕기도 한다. 울산 이웃사랑모임은 올 초 겨우내 군고구마를 판매해 모은 돈 1870여만원을 울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으로 전달했다.
울산 이웃사랑모임은 2001년 결성된 이래 군고구마 판매수익금을 중고등학생 교복 지원, 소아암어린이 치료비 지원, 어린이 심장 비대증 수술비 지원 등의 명목으로 기탁하고 있다.
조수현 이웃사랑모임회장은 “어렵게 대학을 다니던 시절, 주변지인으로부터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은 적이 있는데 그분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쳤다고 들었다”며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나눔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황유진 기자/ hyjgogo@heraldcorp.com
[사진제공=사회복지공동모금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