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기부금, 어떻게 쓰이나
빨간색 구세군 자선냄비와 구세군 사관의 종소리,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세워진 사랑의온도탑, 크리스마스 캐럴, 연말연시 이웃돕기 캠페인…. 이웃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도 왠지 미안한 마음에 주머니를 뒤적거리게 하는, 한겨울을 ‘나눔의 계절’로 만드는 풍경들이다.
이렇게 한푼 두푼 모인 자선기부금은 정부와 공공단체에 의해 깐깐하게 쓰이고, 철저하게 사후 감시를 받는다. 시민단체 종사자들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기부금 횡령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을 때마다 안타깝다”면서 “기부자들의 소중한 성금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선냄비, 정부에 일일이 내용 보고=구세군의 자선냄비 거리모금은 매일 정오께 시작해 오후 7시까지 이뤄진다. 마감한 뒤 서울 지역의 모금함은 모두 광화문우체국 금고로 보내지고, 다음날 모금함을 한데 모은 뒤에야 개봉된다. 모금액은 저소득층과 결식아동, 청소년공부방, 장애인 보호시설, 노인복지센터 등 전국 160여곳에 이르는 구세군 산하 복지기관들과 각종 긴급 구호 지원활동에 사용된다. 올해 자선냄비 모금액의 일부는 필리핀 재해 구호활동에도 쓰이고 있다.
자선냄비본부 관계자는 17일 “자선냄비 모금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 시작하고 모금이 끝난 다음에도 결과를 보고한다”며 “내외부 감사를 통해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해마다 보고서로 발간한다”고 덧붙였다.
▶사랑의열매, 기부자에 사용처 문자 서비스=사회복지공동모금회, 즉 사랑의열매는 ‘기부금 피드백(feedback)’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 2010년 일부 직원의 횡령 비리로 신뢰가 추락하는 심각한 위기를 겪은 후 마련한 대대적인 쇄신책 중 하나다. 이 덕분에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성수(34) 씨는 매월 ‘따뜻한 문자’를 한 통씩 받는다. 매월 3만원씩의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려주는 문자다. 결식아동, 독거노인 등 사용되는 곳은 다양하다.
김 씨는 “이런 문자를 받을 때마다 내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는 시민감시위원회, 사이버신문고, 온라인 경영 공시를 확대해 임직원 보수, 신규 채용 현황까지 공개하고 있다.
▶정부, 기부금 투명 관리에 팔 걷었다=정부도 시민단체들의 불투명한 기부금 운용 관행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기부금 탈세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시행령까지 담았다. 기부금단체를 관리하는 정부 당국 주체를 기획재정부에서 국세청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기부금을 눈먼 돈처럼 사용한 데 대해선 개선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관련법 정비를 통한 처벌 방안도 마련 중이다.
정부로서는 ‘뒷돈’을 받고 무차별적으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불법 기부금단체와 이를 통해 연말정산 세금 환급을 노리는 일부 ‘얌체족’을 걸러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셈이다.
특히 불법 기부금 현장조사권한이 있는 국세청에는 기부금단체 사후관리권한을 부여하고, 불법행위 적발 시 지정 취소를 건의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단속기관인 국세청에 실질적인 관리ㆍ감독에 대한 ‘전권’을 준 셈이다.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