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구시 달서구에 위치한 한 작은 음식점. 마치 특수요원처럼 ‘007 가방’을 든 사내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 모자와 조끼 등 복장까지 맞춰 입고 나타난 이들은 생활환경 위생기업 세스코<사진>의 해충방제요원. 이들은 각종 장비를 꺼내기가 무섭게 음식점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으며 벌레의 흔적을 살폈다. 배수관과 환풍기 틈새의 해충 유입경로까지 차단한 이들은 평소 서비스 요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액수의 돈을 받은 뒤 승합차를 타고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지난 10월부터 두 달 동안 이어져 온 세스코의 ‘착한가격 위생방역 나눔’ 현장의 모습이다. 세스코는 위생방역업체라는 특성을 살려 ‘해충’으로 연말나눔을 실천했다. 안전행정부의 기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착한가격업소(우수 물가안정 모범업소)’에 영업장의 평수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비용만을 받고 해충관리 위생 서비스를 지원해 준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서울시 25개 구청과 530여개 업소를 대상으로 서비스가 완료됐고, 10월부터 이번 달까지 대구시 달서구 95개업소와 충남도청 15개 시ㆍ군청 및 360개 업소에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해충방제 · 위시트리…이런 나눔 아시나요?

연말나눔의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이나 돈을 기부하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들이 자신의 사업영역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사회적 의미를 가진 행사를 개최하는 등 나눔의 수단과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

독일 주방용품 기업 휘슬러코리아는 프라이팬, 냄비 등의 주방용품을 생산하는 기업답게 구세군에 연말나눔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자선냄비’를 지원해 오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10년 동안 휘슬러코리아가 구세군에 지원한 자선냄비는 총 1만6883개에 달한다.

패션ㆍ소재산업으로 유명한 코오롱은 경기도 과천 본사 로비에 재고 의류를 활용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해 독특한 나눔의 의미를 살렸다. ‘위시 트리(Wish Tree)’로 이름 붙여진 이 트리는 재고 의류가 몸체를 감싸고 있다. 상단 원형 구조물에는 ‘열전사 프린터’가 설치돼 트리 앞에 놓인 터치스크린에 소망을 적으면 메시지가 종이에 인쇄돼 눈처럼 아래로 떨어진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접목해 직원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금융회사인 KDB대우증권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유쾌한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연말나눔의 온기를 더욱 높였다. 여성가족부와 함께 개최한 ‘엄마아빠나라말 경연대회’가 그것. 한국어가 아닌 부모의 모국어로 진행되는 말하기 대회를 통해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