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물결

신영균 사재털어 ‘문화재단’ 설립 학비지원·인재양성 모범사례로

이종석 목소리·송혜교 안내서… 공감 통한 장기적 후원으로 발전

국민은 세금을 내고, 국가는 ‘복지’로 돌려준다. 대중들은 사랑을 주고, 스타는 ‘기쁨’으로 갚는다. 연예스타는 대중들에게 춤과 노래, 연기로 신과 흥,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지만, 최근엔 나눔의 실천으로 사회에 또 다른 힐링, ‘해피 바이러스’를 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엔 자선활동이나 각종 기부가 연말연시의 의례적인 일회성 이벤트 차원이었다면, 지금의 연예스타들에겐 사회적으로 부과된 명예로운 ‘의무사항’이 되고 있다. 연예스타가 부와 명예를 누리는 우리 사회의 선망받는 직업인으로 인식되면서 과거 정치, 사회, 경제 지도자 등 상류층들에게나 요구되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만 되면 선물상자를 삐죽 내밀고 마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장학재단의 설립부터 재난 구제, 봉사 활동, 홍보 대사, 재능 기부, 후원금 기부 등 실천 유형도 다양화되고 있다.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장기적으로 나눔을 펼치는 스타가 있는가 하면,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키 어려운 거금을 한 번에 쾌척하거나 평생 모은 재산을 환원하는 사례도 있다.

소외 이웃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봉사 및 후원 활동부터 후학 양성을 위한 장학금 지원, 사회적 과제 해결을 위한 지원활동까지 나눔의 철학과 대상 역시 연예스타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하다. 몇 년 전부터는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면서 나눔도 한류와 함께 국경을 넘었다. 연예인들의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이 그 어느 사회 지도자보다 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없이 반갑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들의 ‘해피 바이러스’…韓流 타고 국경을 넘다

▶신영균문화재단, 사회 환원과 후학 양성의 ‘모범 사례’=원로 영화배우 신영균 씨는 지난 2011년 명보아트홀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등 사재 500억원 이상을 출연해 신영균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첫해부터 매년 두 차례씩 지금까지 3년간 예술인 자녀 총 168명에게 학비를 지원했으며 예비 영화인재 27명에 대한 단편영화 창작 지원사업, 한국영화의 미래인 어린이 416명에게 영화체험 교육사업을 시행해왔다. 또 2011년부터 매년 가장 뛰어난 활동 및 업적을 남긴 영화, 연극 예술인을 선정해 총 1억원의 시상금을 수여하는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을 열어 오고 있다. 신영균문화재단은 연예스타뿐 아니라 성공한 인사의 사회 환원 및 후학 양성, 나눔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난 11월엔 설경구, 정일우, 박미선, 홍석천 등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출신 연예스타들이 모교 후배들을 위해 장학기금 마련에 나섰다. 같은 과 최형인 교수가 중심이 된 장학기금은 연간 1000만원씩 5년간 총 2억5000만원을 우선적으로 조성해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연기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들의 ‘해피 바이러스’…韓流 타고 국경을 넘다

▶한류와 함께하는 나눔=장근석은 최근 태풍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 1억원의 구호기금을 유니세프를 통해 전했다. 배우 이수경도 필리핀 재난 피해자를 위해 국제아동후원단체 플랜코리아에 1000만원을 내놓았다. 지난 11월 배우 이보영은 유니세프를 통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어린이들을 위한 후원금 1000만원을 기탁했다.

이처럼 국내 스타들의 나눔활동은 국경을 넘은 지 오래다. 특히 한류스타들이 대거 나서 국경을 넘은 나눔활동을 펼친 것은 지난 2011년 일본 지진 때 절정에 달했다. 당시 배용준이 10억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SM엔터테인먼트, 이병헌, JYJ, 최지우, 류시원 등이 1억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각각 기부했다. 한류가 꽃피우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구호 및 자선 단체를 통한 세계 빈민 지역 및 아동 돕기 학교, 병원, 도서관 건립도 예를 일일이 들기 어려울 정도로 줄을 이었다.

★들의 ‘해피 바이러스’…韓流 타고 국경을 넘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것을…기부 방식의 다양화=최근 이종석은 한 은행에서 주관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착한 도서관 프로젝트의 홍보대사로 발탁돼 미술작품 오디오 해설 콘텐츠에 목소리를 기부했고, 홍보 동영상에 출연했다. 송혜교는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와 함께 독립기념관 점자안내서 발간 비용을 전액 후원했으며 중국 하얼빈 안중근기념관에 한글안내서를 기증했다. 배우 하지원은 YMCA를 통해 소년원, 쉼터, 고아원, 대안학교 등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도서 1000권을 기증했다. 이효리는 애장품 경매 수익금을 동물보호협회에 내놓는 등 유기 및 반려 동물 보호를 위한 홍보 및 지원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고소영은 싱글맘의 삶을 조명한 MBC 다큐멘터리 ‘엄마도 꿈이 있단다’에 출연한 것을 인연으로 미혼모 시설에 1억원을 기부했다. 재정적인 후원이나 재능 기부나 최근 연예스타들의 나눔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뜻과 철학에 공감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