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나눔왕 누가 있나
지난 4월 22일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엔 한 통의 편지가 전달됐다.
편지를 보낸 재일동포 A(88) 씨는 “평생 독신으로 살며 의학연구에 매진해 모은 재산을 고국의 노인들을 돕는 데 사용하고 싶다”며 245만호주달러(한화 29억여원)를 기부했다.
A 씨가 기부한 29억여원은 현재까지 공동모금회에 전달된 개인 기부 중 최고액이다. 하지만 A 씨는 끝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A 씨는 편지에서 “70년간 일본에 살면서 차별도 많이 받았지만 주변 도움이 없었다면 학문에 매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내가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개인 기부로 가장 큰 액수를 기부한 사람은 대한민국 1호 한의학 박사인 고(故) 류근철 전 KAIST 특훈교수로 알려졌다. 류 교수는 2008년 578억원 상당의 재산을 KAIST에 기부했다. 그는 KAIST 방문 당시 “면학에 열중해 있는 학생들을 보며 한국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는 확신을 가졌으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필수고, 그 역할을 이끌어갈 곳이 KAIST라고 생각했다”며 기부 의견을 밝혔다.
2007년 고려대에 발전기금 100억원을 기부했던 박양숙(84ㆍ여) 씨는 2011년 1월 유니세프에 100억원을 쾌척하며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이 역시 유니세프에 전달된 역대 개인 기부로는 최고 액수다.
개인이 아닌 단체별로 가장 기부금이 많은 곳은 삼성그룹이다.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1999년부터 올해까지 15년간 매년 연말, 이웃사랑성금을 그룹 차원에서 기부하고 있다. 이번 ‘희망 2014 나눔캠페인’에는 지난해와 동일한 500억원을 기탁했다. 그동안 누적된 기탁금 액수는 총 3200억원에 달한다.
비록 액수로는 ‘기부왕’ 순위에 올릴 수 없지만 ‘이름없는 천사’들의 기부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 13년째 어김없이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익명의 남성은 지난해 12월 27일 한 통의 전화와 함께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5030만4600원이 담긴 종이상자를 놓고 사라졌다. 2000년 처음 성금을 전달한 이후 그는 매년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씩 모두 2억4000여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겨울엔 익명의 후원자가 구세군 거리 자선냄비에 1억여원의 수표를 기부해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한국 구세군 자선냄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 익명의 후원자가 서울 명동 입구에 설치된 자선냄비 모금함에 1억570만원권 수표를 후원했다. 그가 쓴 편지에는 “평생 부모님은 이웃에게 정도 많이 주시고 사랑도 주시며 많은 것을 나눠주셨다”며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작은 씨앗 하나를 구세군들의 거룩하고 숭고한 숲속에 띄워 보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구세군 관계자는 “후원 장소와 시기, 편지 등을 통해 후원자의 사연을 파악한 결과, 지난해 12월 4일 명동우리은행에서 익명의 후원금을 전달한 후원자와 같은 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