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기부부터 크라우드 펀딩까지…지구촌은 따스한 나눔 중
미국인 소득대비 기부비율 4.7% 수준 캘리포니아, 올 172억弗 기부 1위 영예 최다 모금 자선단체는 ‘유나이티드웨이’ ‘킥스타터’ 올 기부자만 536만명 달해
따뜻한 나눔의 손길이 있어 전 세계인은 올해 연말도 훈훈하게 보낼 수 있다. 억만장자의 통 큰 기부부터 고사리손의 소액 기부까지, 누군가에게 주목받건 관심에서 멀어지건 기부하는 이들의 마음은 한가지다. 인류가 행복하게 사는 것. 기부하는 방법은 다양했고, 올해도 어려운 이들을 돕고자 나선 억만장자의 손길은 한없이 컸다. 올 한 해 누가, 어떤 방법으로 마음을 나눴을까. 연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억만장자의 기부활동과 상생의 기부방법, 선진국의 기부규모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기부도 있다, 눈길 끄는 기부방법=대개 기부는 자선단체를 통해 맡기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부도 다양한 목적과 방법으로 가능하다. 투자를 겸한 기부를 통해 작은 기업을 키워 나갈 수도 있고, 투자를 통해 환경도 살릴 수 있다. 원하는 때 계획한대로 기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기부를 경매에 부치기도 한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매년 진행하는 점심식사 자선경매는 항상 화젯거리가 된다. 2000년부터 진행돼 올해로 14년차를 맞았으며, 이번 경매는 8명이 응찰해 100만100달러(약 10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엔 역대 최고가인 346만달러(약 36억4000만원)를 호가하기도 했으며, 2011년엔 펀드매니저 테드 웨시러가 263만달러를 내고 버핏을 만났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경매에 참여해 61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최고경영자(CEO)도 점심식사 기부에 참여해 9만달러에 낙찰됐다. 유명인과의 점심 경매를 진행하는 단체인 채리티버즈는 이 밖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배우 귀네스 팰트로, 유명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엘론 머스크 테슬라자동차 CEO 등과의 점심식사 경매도 진행했다.
기부를 바탕으로 한 대표적 투자프로그램, 크라우드 펀딩으로는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등이 꼽힌다. 킥스타터는 2009년 처음 시작된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다. 자신이 원하는 영화ㆍ음악ㆍ공연예술 등 여러 프로젝트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것으로, 목표 금액에 다다르면 투자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
킥스타터에 따르면 16일 현재 전체 12만6359건의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이 중 43.75%인 5만3620개 프로젝트가 목표한 기금 모금에 성공했다. 100만달러 이상 모금한 프로젝트는 54개, 전체 기부자는 536만3349명, 총 모금액은 9억1800만달러에 이른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블룸버그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하고 도시행정과 관련한 노하우를 무료로 전수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으로도 기부 참여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미의 설립자인 아비쉬 바마와 션 라빈은 지난달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으로 고통받는 필리핀 주민을 돕기 위해 ‘필리핀 태풍 안정 비트코인 지갑’을 통해 기금을 모아 필리핀 적십자에 전달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67비트코인이 모금된 상태다.
▶기부 천국 미국…자선재단 규모, 억만장자의 활동은?=자선활동 관련 전문잡지인 독지연대기(The Chronicle of Philanthrophy)에 따르면 미국인 평균 재량소득은 5만4738달러로 이 중 평균 2564달러를 기부하며, 소득 대비 기부 비율은 약 4.7%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소득 대비 기부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자신의 재량소득 중 10.6%를 기부하는 유타주였으며, 기부 액수로는 한 해 172억달러를 기부한 캘리포니아주가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도 수많은 자선단체가 있지만 이 중 올 한 해 기부금을 가장 많이 쓸 수 있었던 단체는 지난해 39억달러(약 4조1000억원)를 모금한 유나이티드웨이였다. 이 단체는 전년도에 비해 2400만달러를 더 모았다.
2위는 미국 구세군으로 같은 기간 190억달러를 기부받았으며, 3위는 전세계 50개국에서 활동하는 ‘세계건강을 위한 태스크포스’로 170억달러를 모금했다. 이어 피딩아메리카가 150억달러, 미국 가톨릭 자선재단이 140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억만장자도 이들 자선단체의 기금 모금에 한몫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부부는 지난해 19억달러(약 2조원)를 기부해 미국 최고의 기부왕에 올랐다. 워런 버핏 회장은 18억7000만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월가의 투자자 조지 소로스로 7억6300만달러를 기부했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5억1900만달러, 월마트의 월튼 일가가 4억3200만달러를 기부해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일라이 브로드 부부(3억7600만달러),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3억7000만달러), 폴 애런 MS 공동창업자(3억2770만달러), 사업가인 척 피니(3억1300만달러),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 부부(2억5050만달러) 등도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빌 게이츠 회장과 버핏 회장은 모두 기빙플레지를 통해 재산의 사회환원 약속을 주도한 인물이다. 기빙플레지는 억만장자의 사회환원 서약 프로그램으로 2010년 시작돼 현재까지 122명의 억만장자가 가입했다. 최근엔 소셜커머스인 그루폰의 에릭 레프코프스키 CEO가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