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 국가대표 수영선수의 도핑테스트 양성반응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제재결정위원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납득하기가 무척 어렵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내의 제재결정위원회는 국내 도핑위반 선수에 대한 자격 정지나 제명 결정을 하는 등 도핑에 관해서는 법원과 같은 일을 한다.
제재위원회는 체육계 전문가, 전문의, 법조인 등 스포츠와 도핑 및 제재결정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에 대한 청문을 거친 뒤 제재위원들이 치열한 심의 끝에 위반 선수에 대한 제재수위를 결정한다. 제재의 근거 규정이 바로 세계도핑방지규약인 WADA CODE이다. 한국도 동일한 규정에 근거해서 제재 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세계도핑방지기구에 통보한다. 만일 자국선수 보호차원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할 경우 해당국가는 세계도핑방지기구의 제재를 받고, 도핑테스트 결과의 인증도 어렵게 된다.
박태환은 세계적인 선수로서 상시 도핑테스트 대상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세계도핑방지규약상 어떠한 금지약물도 자신의 체내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선수 각 개인의 의무다. 따라서 금지약물 또는 금지방법의 사용에 대한 도핑방지 규정 위반을 입증하기 위해 고의, 과실, 부주의, 또는 사용의 인지에 대한 선수측의 입증이 요구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금지약물 사용금지는 전적으로 선수의 의무이고, 선수의 고의나 과실 유무는 제재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국 금지약물이 검출됐다면 제재가 불가피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치료목적사용면책(Therapeutic Use Exemptions, TUE) 규정이 그것이다. 선수가 금지약물 또는 금지방법 목록에 포함된 약물이나 방법을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제경기연맹이나 한국도핑방지위원회 등에 신청을 하고, TUE 승인을 받아 사용하는 절차를 말한다. 선수도 질병이나 부상치료를 목적으로 필요한 약물을 사용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박태환이 TUE를 신청했다는 소식은 전혀 없다.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엘리트 체육강국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리지상주의가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고, 이기기 위해 금지 약물까지 쓰는 일이 적잖게 있었다고 추정된다. 도핑테스트는 선수를 제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약물로부터 선수를 보호함에 그 목적이 있다. 적발된 선수는 억울함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도핑테스트의 참뜻을 세겨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와 의료계는 선수와 지도자, 의사나 약사에 대한 도핑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선수가 소지한 스마트폰에 의무적으로 금지약물 앱을 설치하게 하고, 건강회복을 위해 약물을 투여할 때에는 꼭 의사에게 자신이 운동선수임을 알려서 의도치 않은 금지약물 투약을 예방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치료목적 예외사유에 해당하도록 하는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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