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장기전세주택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서울시가 집을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바꾼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신개념의 전세형 주택인데요. 주변 전셋값보다 80% 이하의 값으로 최장 20년간 살 수 있어 집 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 제도의 최대 장점입니다.
서울시에 이어 LH공사도 장기전세주택을 도입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지요. 다만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은 최장 20년, LH 장기전세주택은 최장 10년 거주할 수 있다는 차이점은 있습니다.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은 시프트(SHift)라는 별칭으로도 불리고 있는데요. 서울시와 SH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시프트라는 이름 또한 ‘변환, 바꾸다’ 등을 의미하는 단어의 본 뜻을 살려 ‘주택에 대한 개념을 바꾼다’는 취지에서 명명되었다고 하네요.
시프트의 철자에 SH가 들어가다보니 SH공사의 사업에 더욱 걸맞게 느껴져 현재는 SH공사가 시프트 철자 중 ‘SH’는 대문자, ‘ift’는 소문자로 표기하고 있답니다.
흔히 외국 단어로 각종 정책을 명명하면서 철자마다 단어를 연결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과 궤를 달리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한때 Sun이란 단어가 있으면 S-super, U-ultra, N-now 이런 식으로 단어를 연결해 괴상한 논리를 담아내곤 하던 명명법에서 진일보했다고나 할까요. 각설하고.
한때 주변 전셋값의 80% 이하 시프트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지요. 요즘은 어떠냐구요? 그 인기, 여전합니다. 부동산경기 불황기, 아무도 섣불리 집을 사려하지 않아 전셋값이 매매값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속출하는 오늘날 시프트의 인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아니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각종 방송이나 신문 등 미디어에서 시프트에 대한 언급은 많이 줄어든 느낌입니다. 사업출범 초기보다 시프트가 어느정도 널리 알려졌고 사업도 안정화된 것으로 보여 그렇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입니다. 그런데도 주변에서 “시프트에 당첨됐다”는 사람들을 흔히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대개 ‘이제 내 집 마련 걱정은 덜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혹시나 집값 급등기가 오면 어쩌나. 나만 손해보는 게 아니냐”며 푸념하곤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 또는 중년의 가장들에게까지 시프트는 최고의 주거안정대책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입니다.
16일 시프트 공고가 또 났습니다.
시프트는 단순한 임대주택이 아닙니다. 일반 아파트 단지에서 몇몇 호를 할당해 시프트로 임대하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 생활과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임대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소릴 들을까봐 눈치를 볼 필요도 없습니다. 공고에 나온 시프트 공급현황을 보면 내노라하는 강남권 부촌 아파트 단지도 모두 목록에 있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하긴 하지만 일반분양을 받는 것처럼 고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런 아파트를 일반분양받기 위해 청약통장에 저축을 하고 청약하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계약금을 마련하고, 중도금을 내고, 잔금을 치르는 각고의 과정은 필요없습니다. 시프트 신청을 하고 당첨되면 주변 전세의 70~80% 수준의 전셋값만 내면 끝입니다. 20년간 그 아파트에 사는 것입니다. 시프트의 매력, 대단하죠?
16일에 공고된 제26차 장기전세주택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따르면, 시프트 청약신청은 20~24일입니다. 당첨자 발표일은 2월 6일, 청약신청자가 필요 서류를 제출하는 기간은 2월10~13일입니다. 이어 시프트 입주에 적합한 자격을 갖췄는지 소득과 자산 소명하는 기간이 대상자에 따라 별도로 진행되고요. 이어 3월21일 당첨자가 발표됩니다. 계약은 4월7~11일입니다.
시프트에 청약하려면 일단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시프트 초기에는 소득이 높은 사람도 당첨돼 시프트에 입주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요즘에는 그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득기준, 자산기준이 생겼습니다.
소득기준은 3인이하 가구일 경우 월 평균 314만4650원, 4인이하 가구는 351만2460원, 5인이상 가구는 368만8050원입니다. 게다가 보유 중인 부동산(토지 및 건축물) 가액 합산기준이 1억2600만원 이하여야 합니다.
자, 그러면 시프트의 매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프트 전셋값을 한 번 살펴 봅시다.
이번에 공급되는 시프트 중 서초구 방배동 방배롯데캐슬아르떼(방배2-6재건축) 전용 59㎡에 당첨되면 3억5680만원의 전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 아파트 59㎡의 현 전셋값 시세는 5억원이니 이 아파트는 시세보다 약 28% 싼 셈입니다.
상암월드컵파크10단지 전용 59㎡ 시프트값은 1억3444만원. 이 아파트와 거리는 좀 있지만 비슷한 평형대로 구성돼 비교 가능한 상암월드컵파크2단지 전용 59㎡의 전셋값이 3억원이니 이 경우엔 시프트가 시세의 절반 이하 수준(44%)에 공급되는 셈입니다.
강남구 역삼동의 래미안그레이튼2차 전용 59㎡의 시프트가는 3억6975만원입니다. 주변 래미안그레이튼 전용 59㎡의 전세 시세가 5억3000만~5억5000만원대여서 시프트가는 시세의 약 70%에 근접하는 수준입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59㎡의 시프트가는 4억875만원입니다. 반포자이 전용 59㎡의 전세 시세는 6억9000만원~7억원 수준입니다. 시프트가는 시세의 6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시프트는 주변 시세의 40%대~70%의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고 있네요. 과연 시프트가 저렴하긴 저렴합니다.주변분이 시프트에 당첨되면 정말 축하해야 할 일 같습니다. 내 집 마련이 고민이신 분, 전세가 너무 올라 걱정이신 분, 이번에 공고된 시프트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