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미군이 2차 대전때 생체실험을 자행한 ‘731’부대의 세균기술을 한국전 당시 사용했다는 니덤보고서가 공개되면서 ‘731’부대 면죄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비밀거래 여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은 미국이 면죄한 일본군의 전쟁범죄에서 비롯됐다”는 니시사토 후유코 독일 제2공영방송 ZDF 동경지국 코디네이터 겸 프로듀서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사건이다.

731부대는 1932년 가장 적은 물자와 병력으로 중국을 점령한다는 전략아래 설립됐다. 부대의 존재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반인륜적인 생체실험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비인간적인 생체실험의 결과로 일본은 세균무기를 개발해 세균전을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1940년 중국 농안과 신징 지역의 페스트 발생은 731부대의 대규모 현장세균실험에 의한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세균전 피해 예방을 위해 방독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군부대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2차 세계대전 당시 세균전 피해 예방을 위해 방독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군부대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731부대의 생체실험에 대한 증거는 니덤보고서를 비롯해 다양한 문서자료에 나타난다. 지난해 4월 28일 중국 당국은 미군이 731부대의 부대장을 비롯한 핵심요원 25명을 심문한 기록을 정리해 공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대전 종전 당시 미국은 부대장인 이시이 시로를 비롯한 관련자들을 처벌하지 않았다. 맥아더 미국 최고사령관은 히로히토 천황의 전쟁 책임을 은폐하고 731부대의 만행에 대해 제대로 진상규명하지 않았다. 2002년 57년 만에 처음으로 이 부대의 세균전을 인정한 일본 법원이 배상을 거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전 당시 이 부대의 시행자들이 처벌받지 않은 만큼,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반성 없는 일본에 동북아시아의 인식은 차갑다. 한미일 동맹 유지를 위해 미국은 과거사 청산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에번 메데이로스 미국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21일 “과거사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야만 미국과 일본이 진정으로 가까운 우방이 될 수 있을 것”고 말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5일 종전 70년을 맞아 8월 발표할 기념담화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의 문구를 넣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