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터키에서 실종된 김모(18) 군은 자발적으로 시리아ㆍ이라크 수니파 이슬람 무장세력인 ‘IS’(Islamic Stateㆍ이슬람국가)에 가입하기 위해 시리아 국경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슬람 무장단체에 피랍된 한국인은 95명으로, 자진해서 가담한 것은 김군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김 군이 IS에 가담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공략하는 선전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찰 “김 군, 실종 아닌 IS 가담” 잠정 결론=경찰이 김 군의 실종을 ‘자발적 가담’으로 결론 내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현재까지 밝혀진 김 군의 행적을 살펴보면 IS 가입자들이 밟는 전형적인 이동 경로와 유사하다. 통상 IS 가입자들은 터키에서 시리아로 월경한다.
터키 경찰이 확보한 CC(폐쇄회로)TV 기록에는 터키 ‘킬리스’ 시내의 한 호텔에서 묵던 김 군이 지난 10일 오전 8시30분께 아랍어를 사용하는 한 남성과 만나 불법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김 군은 동승자와 함께 킬리스에서 동쪽으로 18㎞ 떨어진 터키 국경마을 ‘베리시예’에서 하차한 뒤 자취를 감췄다. 김 군이 내린 곳은 아무 것도 없는 공터며 근처에 시리아 난민캠프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김 군이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기록은 없지만, 수사당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김 군의 시리아 밀입국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김 군이 최근까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IS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 등과 연락을 주고 받았음은 물론, 가입 의사도 여러차례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 군이 지난 2013년에 만든 트위터 계정 이름은 ‘수니 무자헤딘(sunni mujahideen)’. 수니파 이슬람 전사라는 뜻을 가졌다. 김 군은 이 계정을 통해 영어와 아랍어로 “IS에 가입하는 방법, 아는 사람 없나?”라는 글을 4차례 이상 올렸다. 실제로 ‘habdou****’라는 인물은 김 군에게 “IS에 합류하려면 먼저 터키로 가는 게 낫다”며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하산’에게 연락하라고 번호를 줬다. 김 군은 자신의 부모에게 바로 하산을 펜팔친구로 포장, 그를 만나러 가겠다며 터키로 출국했다.
▶한국인 IS 가담 첫 사례= 김 군이 IS에 가담한 것으로 잠정 결론남에 따라 한국인 최초로 이슬람 무장세력과 동조하는 첫 공식 사례가 된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우리 국민과 이슬람 무장세력이 얽힌 전례는 대부분은 피랍 및 테러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었다.
지난 2003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전 종전 선언 이후 중동지역 내 반미 감정이 한국으로 불똥이 튀며 테러와 납치가 시작됐다.
실제로 2004년 알카에다는 한국을 미국과 영국에 이은 제3의 테러 목표국으로 선언했고, 같은 해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 피랍ㆍ참수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3~4년을 주기로 크고 작은 사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07년 샘물교회 피랍사건과 2009년 예멘 관광객 테러 사건, 2014년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벌어진 버스 폭탄테러 사건 등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2003년 이후 분쟁지역에서 피랍된 한국인은 모두 95명이다. 이 가운데 중동ㆍ아프리카 지역 피랍자는 65명으로, 전체의 68.4%에 달한다.
피랍으로 인한 사망 사건도 모두 중동ㆍ아프리카에서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김 군이 처음으로 IS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IS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S 선전도구 전락 우려=전문가들은 IS가 대한민국 소외계층이나 10대 미성년자들을 지하디스트로 끌어들이기 위해 김군을 선전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장병옥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IS가 김군을 출연시켜 “한국에서는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통스러웠는데 여기 오니 속된 말로 시리아의 예쁜 IS 조직원과 결혼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더라”는 등의 선전 동영상을 제작해 우리사회의 소외계층을 공략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교수는 김 군의 IS 가입으로 우리나라가 IS의 테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김 군을 통한 선전효과가 기대 이상이고 김 군도 그곳에서 제대로 정착한다면 IS가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인들을 포섭하려할 수도 있다”면서 “상징적인 의미로 국내에서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현재까지 김 군이 시리아 국경을 넘어 IS에 가담했다는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근거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교부는 특히 “김 군이 합류 의사를 밝혀도 IS 측에서 먼저 ‘나이가 어리고 말이 안 통한다’는 이유로 돌려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군의 IS 가담이 확인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재외국민 보호 의무가 있는 만큼 김 군의 신변 안전과 조속한 귀환을 최우선으로 관계 기관과 협조 중이다.
외교부는 또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터키를 비롯해 주요 우방국과 터키 인근 국가 등에 강력한 수사 공조를 요청해둔 상태다. 터키 경찰과 함께 국경마을에서 자취를 감춘 김 군의 행방을 추적하는 한편, 불법택시 동승인 파악에도 주력하고 있다. 경찰도 김 군의 컴퓨터를 압수해 이메일 등을 조사 중이며 21일 오후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