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베인캐피탈 '출구전략' 부재 지적
한투 앞세운 고려아연 대항공개매수 암초 우려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이 협력 업체인 일본 스미토모를 우호 주주로 확보해 지분을 매각할 경우 배임 가능성을 제기했다.
23일 MBK는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가운데 과거 스미토모에 회사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스미토모는 고려아연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협력 업체 중 하나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지분 거래를 진행할 경우 반대 급부를 기대하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과 거래에서 높은 마진(가격)으로 혜택을 받으려고 하거나 동맹이라는 명목으로 배탁적 거래 관계를 형성해 추가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배임 혐의에 몰릴 수 있다는 게 MBK 측 주장이다.
현재 MBK는 고려아연 지분 최소 7%를 취득하려는 목표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투자증권을 통한 대항공개매수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고려아연 주가가 높아진 만큼 이를 인수하는 해외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가 등장할 경우 회수 방안이 부재한 점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현재 일본 소프트뱅크나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Bain Capital), 일본이나 유럽, 호주 소재 원자재 협력 업체들이 잠재 투자자로 언급되고 있다.
MBK 측은 고려아연 신규 투자자가 추후 엑시트를 위해 결국 최 회장 측 지분을 합해 경영권 매각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장 씨 일가와 영풍을 비판하는 최 회장 측이 자가당착에 빠진다고 지적한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 일부를 갖고 있는 트라피규라(Trafigura), 글렌코어(Glencore), 일본 스미토모 등 협력 업체들이 높은 가격으로 추가 지분을 매수해주는 것도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들은 투자 회수 필요성이 낮지만 이 경우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의 장기적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배임적 성격의 거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종 투자자 없이 임시 투자자를 상대로 대항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회수 불확실성 탓에 투자 리스크가 높아지는 만큼 실행될지 미지수다.
결국 대항공개매수 가능성을 두고 여러 방안이 언급되는 동안 개인투자자 손실 우려도 나온다. 고려아연 주가 변동성을 높이고 투기성 매수를 부추기는 상황이지만 이번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주가는 본질가치에 연동돼 제자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