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후 자본소득 과세체계 종합 검토해야
자본이득세 “아직 말할 단계 아냐”…상속세 먼저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 “당국자로서 책임느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내년 3월 말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한 뒤 자본소득 과세 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론에 대해선 “결론나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내년 3월 말에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금융위원회 발표에 대해 “정부에서 공감대를 갖고 공식 의견으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최 부총리는 ‘금투세와 패키지로 추진된 증권거래세 인하 방침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여러 시장상황을 봤을 때 거래세는 스케줄대로 인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각의 ‘금투세 유예론’에 대해선 “불확실성을 이연하는 부분이 있다”며 “폐지하는 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 과세에 대한 전반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예를 들면 금투세는 금융투자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인데, 선진국은 배당소득도 같이 손익통산하므로 그런 부분도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시행을 앞두고 2번이나 유예된 금투세를 폐지하면 정부 논의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는 “그런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일반주주 보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체적 규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기다려달라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정 여부를 포함해 결론 나지 않았다”며 “상법 체계라든지 판례 이슈가 있어 경제관료들이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법률전문가 의견도 있어 조금 더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정 여부를 떠나 최근 일반주주 보호에 소홀했다고 지적된 사례들이 있다”며 “그 부분은 검토해서 개선해나가는 것으로 입장은 모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코스피는 희망 없다는 지적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증시 밸류업 또는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본이득세 논의에 대해선 “상속세 폐지와 관련돼 있는데 모든 부동산·주식을 포함해 자본소득 과세체계”라며 “더 근본적인 사회적 합의뿐만 아니라 연구가 필요해서 검토는 하고 있지만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시기상조라는 의미인가’라는 추가적 질문에는 “사회적 공감대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상속세를 시대에 맞게 바꾸는 게 더 우선적”이라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추가 완화 방안이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기지 않은 배경에 대해선 “윤석열 정부 들어 여러 방법을 통해 종부세 부담이 낮아졌다”며 “지금 많이 낮아져 추가적인 조정보다는 종부세 전체에 대한 문제의식, 지방 재원으로 가는 부분, 재산세와의 관계라든지 이런 부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이번 세법 개정안에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직접 보조금 투입에 대해선 “반도체를 포함한 전략산업들은 국가 대항전이어서 최대한 지원할 생각”이라며 “다만 대기업이 직접 보조금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어 수도권에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보조금이고, 시간에 맞춰서 생산할 수 있게 인프라를 해주는 것도 시간 보조금”이라며 “특정 대기업이 정부의 직접 보조금을 원하고 있고 대기업의 경쟁력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공공요금 인상 문제에 대해선 “아직 결정 난 게 없다”며 “국민 생활과 직결되기에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원칙이고, 불가피하다면 국민 부담과 공기업 재무구조,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 누적부채를 정상화하는 게 맞는 방향이지만 국민의 부담도 고려하니까 속도와 방법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에 대해선 “재정 담당 당국자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세율을 올리면 손쉽겠지만 국민 합의가 필요한 것이고, 어렵지만 경제활력을 촉진해 세원을 확충하는 게 맞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감세에 대한 낙수효과 논란엔 “분명히 말하는 건 윤석열 정부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지 않다”며 “투자나 고용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는 경제활동과 고용을 촉진하려는 것이지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일각의 ‘금리인하 실기론’에 대해선 “한국은행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내수 살리기와 집값·가계부채 중에서 하나만 선택한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경제부총리로서는 단기적으로는 내수 부진 회복이 조금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최근에는 수출은 좋은데 내수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을 계속 하고 계신다”며 “수출이 내수로 연결되지 않는 부분을 분석해 치유할 수 있는 부분 검토하라든지 그런 식으로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경제철학에 대해선 “굉장히 명확하다”며 “여러 기업이 잘 나가지만 한순간에 잘못될 수도 있기에 정부가 챙겨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계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