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평균 취득가 45만원대 추정, 응모 유인 있다”
영풍 “MBK에 먼저 투자 제안, 전문경영인 필요”
고려아연 문제는 최윤범 회장, 실패 시 추가 협의 필요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영풍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해 성공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은 고려아연 주주 구성 특성상 공개매수 참여 유인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강화 이후에도 상장폐지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19일 김광일 MBK 부회장(파트너)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실패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고려아연 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급등한 주가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주주들이 공개매수 종료일까지 응모 여부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부회장과 함께 영풍 강성두 사장, 이번 거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베이커맥킨지코리아의 이성훈 변호사가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작년에 MBK가 스페셜시츄에이션 투자로 진행했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의 경우 일부 대주주에 힘을 실어주는 형태로 당시 응모율은 약 8%를 기록했다”라며 “이번 고려아연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의 경우 이미 1대주주인 영풍과 경영협력계약을 맺은 상태고 기관 주주 대상 최소 7% 지분을 확보하려는 목표는 성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MBK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고려아연 지분의 약 48.8%는 비지배주주 몫이다. 이 가운데 기관투자자 비중이 95%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고 개인투자자는 2.2% 정도다. 고려아연은 우량한 회사로 장기 투자 목적의 기관 주주가 많이 유입돼 있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불분명한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면서 개인 주주 지분이 감소했다는 게 MBK의 분석이다.
고려아연 기관투자자로는 국내 최대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을 포함해 다양한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로 추정된다. MBK는 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이들 주주의 고려아연 지분 평균 취득 단가는 45만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MBK의 공개매수 제시가격이 66만원인만큼 기관주주 투자 단가 대비 약 45% 프리미엄이 붙었다”라며 “기관들이 고려아연에 장기투자한 만큼 보유 지분의 일부는 프리미엄을 받고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고 재투자할 유인이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려아연의 상장폐지 가능성과도 선을 그었다. 김 부회장은 “이번 공개매수에서 고려아연 비지배지분을 전량 취득하지 않는 것은 다양한 투자자와 회사의 성장을 함께 누려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고려아연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K는 고려아연 지분 가운데 최소 7%의 공개매수 주문이 들어오면 지분을 매입할 예정이다. 영풍과 장형진 고문 일가 측의 합산 지분율은 33.1%로 7%를 추가하면 유의미한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주주 응모율이 최소 목표치에 미달하면 공개매수는 실행하지 않는다.
김 부회장은 “공개매수에 실패한다면 영풍과의 경영협력계약은 다시 협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며 “현재 추후 계획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12일 MBK는 영풍과 장 씨 일가와 경영협력을 위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계획대로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를 확보한다. MBK는 공개매수 종료 후 2년이 경과하기 전에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영풍 측 지분에 대해 콜옵션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MBK는 영풍 측보다 고려아연 주식 1주 더 소유해 의결권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권 지분을 동반 매도할 수 있는 약정을 주주 간 계약에 포함한 상태다. 다만 매각 주도권은 MBK 몫이다. 계약상 영풍 측은 앞으로 10년 동안 고려아연 지분을 제3자에 처분할 수 없으며 해당 시점이 경과하면 보유 지분에 대해 MBK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 MBK가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하고 영풍 측이 함께 매도하지 않는다면 MBK에 콜옵션으로 넘겼던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가진다.
김 부회장은 “장 회장은 고려아연 창업주 일가는 주요 주주로 남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MBK에 먼저 고려아연 최대주주 지위를 요청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자고 제안했다”라고 이번 거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경영권 강화 목적은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는 게 아니고 최 회장 개인의 부적절한 경영 의사결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최 회장이 SM엔터테인언트 시세 조종에 관여한 혐의 등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나면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김 부회장은 “1대주주와 공동 의결권 행사 계약을 맺고 공개매수로 경영권 지분을 늘리는 투자는 일반적인 바이아웃 형태로 MBK의 주요 출자자(LP) 역시 이번 투자를 우려하거나 별다른 입장을 전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