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장애인 됐다”…아파트 엘베 기다리다가 ‘날벼락’, 아파트 측은 “책임 못져”
A씨가 공개한 사진. ['보배드림' 캡처]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한 40대 가장이 경기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타일 시공을 하고 나오던 중 느닷없이 천장 유리등 커버가 떨어지면서 심하게 다쳐 일상생활이 어려워졌지만, 아파트 측에선 책임지지 않겠다고 해 공분이 일고 있다.

1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는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40대 중반에 딸 아이가 있는 평범한 가장이라는 글쓴이 A씨는 "현장에서 무거운 시멘트 타일을 들고 옮기면서 시공하는 일을 한다"며 "하루 일당제라서 출근을 못하면 당연히 수입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지난 달 27일 일이 있어 들른 김포시의 한 아파트에서 2시간 가량 일을 본 후 나오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너무 억울한 일을 당해 글을 쓴다"며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집에 가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지름 20~30㎝ 천장 유리등 커버가 자신의 팔 위로 떨어졌다.

그는 “순간 ‘악’ 하는 소리와 동시에 팔을 봤는데 신체 해부한 것처럼 심하게 팔이 찢기고 파이고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하루 아침에 장애인 됐다”…아파트 엘베 기다리다가 ‘날벼락’, 아파트 측은 “책임 못져”
사고 당시 유리등 커버가 떨어진 아파트 천장 조명(오른쪽)과 이 사고로 핏자국으로 얼룩진 A씨의 모습. ['보배드림' 캡처]

다행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전기선을 상처 부위에 묶는 등 응급처지를 해줬지만 피는 계속 흘러나왔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10분 뒤 도착한 구급대원은 "상처가 너무 심하다"며 A씨를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에서 의사는 "동맥, 신경, 인대, 근육이 다 끊어졌는데 이마저도 다행"이라며 "팔이 지나는 동맥 두 개가 다 끊어졌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심하면 쇼크사까지 갈 뻔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그날 오후 11시에 시작된 응급수술은 다음날 오전 2시30분쯤 끝났다.

A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상의의 배 부위와 하의 전체가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어 사고 당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짐작하게 한다.

A씨는 “119에서 찍어준 상처 부위 사진도 있지만, 너무 심해 올리지는 못하겠다. 그 사진만 봐도 트라우마가 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아파트 측의 태도였다.

A씨는 "사고 후 며칠이 지나도 아파트 측에서 연락도 없고 찾아오지도 않았다"며 "저는 수술 후 2~3일 혼자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아파트 쪽에선 저를 피했고, 연락을 해도 아파트 관리소장과 연락이 안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어렵게 아파트 관리소장과 연결이 됐는데 자기네랑 상관없는 일이니 연락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책임질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왼손잡이라는 A씨는 "왼팔 손가락 4개가 거의 안 움직이고 손목도 잘 안 움직인다"며 "3~6개월 재활을 해야 하고 잘 안될 경우 2차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상생활도 어렵고 퇴원한다고 해도 언제 일을 시작할지 육체적·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그는 "한 집의 가장인데 당장 집 대출금, 딸 학원비, 차 할부금, 생활비 모든 것들이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어느 아파트인지, 동마다 시한폭탄이 설치도 있는 거네", "멀쩡한 사람이 아파트 부실로 다쳤는데, 아파트에서 당연히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당장 변호사부터 구해서 대응해야 할 것 같다", "아파트에서 들어 놓은 보험이 있을테니, 보상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입주자가 다친 게 아니라고 아파트 측 대응이 너무 심하다"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