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 토론 부진 이틀만에 우라늄 농축시설 전격 공개
“7차 핵실험 가능성 예고…핵위협 단계적 높이려는 의도”
“핵 풀려면 해리스보다 트럼프…美대선 개입 의도 노골화”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우라늄 농축시설 방문 내용과 사진을 공개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돕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시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가운데 김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첫 TV토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지 이틀만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핵무기연구소 방문에서 원심분리기와 농축우라늄을 강조한 것은 대미 압박용으로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며 “7차 핵실험이 중국의 반대 등으로 여의치 않더라도 우선 시설 공개를 통해 단계적으로 핵능력 과시 및 위협 수위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특히 김 위원장의 핵시설 방문과 공개가 사실상 미 대선을 겨냥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결국 자신들의 핵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해리스 후보보다는 트럼프 후보 당선에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암시하면서 대선 개입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TV토론 이틀 후 전격 공개했다는 점에서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대미 메시지”라며 “토론 결과 트럼프 후보가 불리하게 됨에 따라 대선까지 남은 50여일 기간 핵무기 고도화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서는 북핵문제와 관련해 비핵화보다는 우선 동결을 위한 위협을 감소한다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 측은 비핵화 원칙 아래 대북 압박 중심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이은 ‘전략적 인내 3.0’ 기조를 보이고 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후보 입장에서는 북한의 우라늄농축시설 공개를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며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의 농축우라늄시설인 강선을 언급했는데, 자신이 재임했다면 협상을 재개해 농축우라늄시설 폐기에 일정한 성과를 냈을 것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해리스 후보는 독재자와 대화한다고 트럼프 후보를 비난할 뿐 이렇다 할 대북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비핵화와 압박 위주의 ‘전략적 인내 3.0’을 주장하고 있어 사실상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를 방치한다는 비판이 가능해 토론에서 소재화될 경우 불리한 소재로 작용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찾아 핵탄 생산과 핵물질 생산 실태를 파악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계획과 관련한 중요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우라늄 농축기지 조종실을 둘러보며 생산공정 운영실태를 파악한 뒤 원심분리기를 비롯한 장치 등을 자체 연구개발 도입해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며 “자위의 핵병기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이자면 지금 이룩한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이는 것과 함께 원심분리기의 개별분리능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자력전사들을 믿고 핵무력 건설의 새로운 중대전략을 제시했다”며 “우리 당에 충실한 붉은 핵과학자들은 당의 핵무력 건설정책을 강인한 신념과 드높은 실력으로 한치의 드팀도 없이 무조건 관철해나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또 “이미 완성단계에 이른 새형의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밝혀 새로운 원심분리기 확보를 추진 중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우라늄 농축시설 시찰 소식과 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는 홍승무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동행했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을 주입해 고속으로 회전시킴으로써 농축우라늄과 저농축우라늄을 분리하는 과정을 수 차례 반복함으로써 핵탄두 원료인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장치다.
북한은 지난 2010년 11월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초청해 영변 핵시설 내 원심분리기를 비롯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바 있다.
당시 북한은 2000대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해 가동 중이라고 주장했다.
해커 박사는 보고서를 통해 1000개 이상의 원심분리기가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다면서 구체적인 현장을 묘사하며 매우 현대적이고 깨끗한 시설이라고 밝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이 방문한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영변 핵시설과 평양 인근 강선단지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