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엔비디아 최신 AI칩 사우디 수출 허용 검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4.9%↑…TSMC, 브로드컴, AMD 일제 상승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새벽 1시에 내려가지만 말라고 기도하고 잤는데, 일어나니 추석 선물 배송 완료 떠 있네. 고마워요 황형.” (온라인 주식거래앱 커뮤니티)
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8% 넘게 급등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NYSE)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8.15% 오른 116.91달러(15만6659원)에 마감했다.
지난 6일 102.83달러까지 내려가며 100달러선도 위태로웠던 주가는 3일 연속 상승하며 120달러선에 다시 접근했다.
2조5000억달러대까지 하락했던 시가총액도 2조8640억달러까지 상승하며 3조달러 재진입에 한 발짝 다가섰다.
이날 미 인터넷 매체 세마포르(Semafor)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가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최신 AI 칩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제3회 글로벌 AI 서밋(GAIN)’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 데이터 및 AI 당국(Saudi Data and AI Authority)’ 관계자 등 서밋 참석자들은 사우디가 엔비디아의 AI 칩을 신속하게 받기 위해 미국의 보안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서밋에서 칩 판매는 비공식적인 주요 주제로, 엔비디아 칩을 이용할 경우 사우디가 가장 강력한 AI 모델을 훈련하고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미 상무부는 작년 10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으로 이전될 위험이 있는 40개국 이상에도 수출시 허가를 별도로 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이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으로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별도 허가를 받아야 했다.
소식통은 다만, 사우디가 미국 기업의 최신 칩을 이용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관계를 제한하면서도, 미국이 최첨단 칩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것에 대비해 중국에 대한 문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엔비디아의 가장 최신 칩인 엔비디아 H200의 인도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H200은 챗(Chat)GPT 개발사 오픈AI가 내놓은 음성 대화가 가능한 최신 AI 모델 GPT-4o(포오)에 사용된 칩이다.
이에 대해 미 상무부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허가 등 향후 정책 조치에 관한 수출 통제 결정은 상무부와 국무부, 국방부를 포함한 엄격한 기관 간 절차의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편, 엔비디아 주가 급등에 힘입어 미 증시 내 대표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이날 4.90% 상승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 주가가 4.80% 오른 것을 비롯해 브로드컴은 6.79% 상승했고, AMD와 퀄컴 주가도 각각 4.91%와 3.02% 상승했다.
엔비디아 상승세 덕분에 미국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는 이날 17,395.53으로 전장보다 369.65포인트(2.17%) 상승한 가운데 거래를 마감했다. 또 S&P 500지수는 58.61포인트(1.07%) 오른 5,554.13에, 다우지수는 124.75 포인트(0.31%) 오른 40,861.71로 각각 장을 마쳤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실망했던 주요 주가지수는 장 초반 급락했으나 긍정적인 해석이 우위를 점하며 급반등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로는 0.2%, 전년 동기 대비로는 2.5% 오르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하지만 8월 근원 CPI는 전월보다 0.3%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 0.2% 상승을 웃돌았다. 지난 4월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특히 세부 항목에서 서비스 물가상승률이 오히려 가팔라진 점이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끈질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금리인하 경로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CPI 결과가 전반적으로 무난했다는 점에 초점이 옮겨간 듯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지수는 과격하게 반등했다. 특히 기술주 위주로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수요가 여전히 엄청나다며 투자 수익도 상당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