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하려는 여성의 가방을 훔쳐 도망간 남성이 시민의 도움과 경찰의 집요한 추적 끝에 결국 검거됐다.
최근 서울경찰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마포대교서 가방 훔쳐 도망가는 절도범 검거’라는 제목의 영상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오후 11시 30분께 “마포대교에서 투신을 시도 중인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그런데 경찰이 투신 시도자를 구하기 위해 마포대교로 향하던 중 “누군가 투신을 시도한 여성의 가방을 들고 도망갔다”며 또 다른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 인근을 지나던 한 남성이 투신을 시도하던 사람의 가방을 주워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출동 중이던 경찰은 투신 시도자가 수난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방향을 틀어 절도범을 쫓아갔다.
경찰은 순찰차 2대와 따릉이를 동원해 이 남성을 쫓아갔다. 얼마 후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지나는 가방 절도범 A씨를 발견했다.
자전거를 탄 A씨는 경찰의 정차 요구를 무시한 채 질주했고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골목으로 도망쳤다.
경찰이 검거에 어려움을 겪을 때, 한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배달원 이모씨는 이 추격전을 목격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절도범의 뒤를 쫓아갔다. 이씨가 A씨를 추월해 앞길을 가로막은 덕에 경찰은 절도범을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었다.
그는 영상에서 “급박한 상황으로 보였다. 순찰차 두 대가 자전거 한 대를 쫓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며 “자전거가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 버리면 (경찰이) 쫓기 어려울 거란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투신 시도자가 한강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다리 위에 놓인 가방을 들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가방에 돈이 들어있는 줄 알고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이 남성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발생 10일 후 마포경찰서는 범인 검거를 도운 이씨에게 표창장 수여와 함께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는 “제가 대단한 일을 한 사람도 아니다”라며 “직무에 열성적이신 경관님들을 보니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선량한 의식을 갖고 있는 일반 시민들이 두 다리 뻗고 편하게 잘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한 이 남성을 체포하는 데 도움을 준 오토바이 의인에게 표창장과 보상금을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