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 놓고 길어지는 고민…“재보궐 전 호남 잡아야”

조국 “호남은 민주당 독점 상태…고인 물은 썩는다”

호남비례 1위 조국당, 전대투표율 저조했던 민주당

홀대론 우려 목소리 “호남서 어려운 경쟁하게 될 것”

‘호남홀대론’ 파고든 조국…이재명, 지명직 최고위원 고심 [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전남 곡성·영광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신경전이 과열 양상이다. 조국 혁신당 대표가 민주당의 ‘호남 홀대’를 파고들자 민주당 내에선 당황한 기색이 감지된다. 재보궐 전력투구를 선언한 혁신당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호남권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듭 나오고 있다.

2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을 놓고 지도부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지도부 내에서는 지역·전문성·성별·세대 등 어느 쪽에 인선의 우선순위를 둬야 할 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1기 지도부에서 활동했던 강민구·전은수 전 최고위원을 다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이 대표의 고민은 길어지고 있다.

지도부 밖에선 호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 안배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호남에서 혁신당과의 주도권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재보궐 선거를 목전에 두고 호남을 배제하면 홀대론이 더욱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이 대표를 포함한 선출직 지도부 대다수는 영남에 연고를 둔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재보궐선거에 이어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대선에 나서야 할 이 대표에게 호남 표심 다지기는 필수적인 과제다. 8·18 전당대회에서 지역순회 경선 투표율이 저조했다는 점과, 지난 총선 호남 비례대표 선거에서 혁신당이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기록은 호남 민심이 민주당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혁신당과 어려운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여러 데이터 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 대표가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홀대론’ 파고든 조국…이재명, 지명직 최고위원 고심 [이런정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임세준 기자

민주당과 경쟁하는 혁신당은 이번 재보궐선거에 당의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거듭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조 대표의 지도부 인선과 당 선거 전략에 적극 반영되고 있다. 조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과 당대표 비서실장 자리에 모두 호남 출신 인사를 임명했다. 아울러 혁신당은 선거구 1곳 당 3명의 의원을 배정해 지원하는 책임선거구 담당제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혁신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호남이 민주당만의 지역구라는 생각은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사고”라며 “누가 호남을 위해 진정성 있게 뛰는지 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보여준다면 호남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도 민주당의 호남 홀대를 지적하는 듯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놨다. 그는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호남은 사실상 민주당 일당 독점 상태”라며 “고인 물은 썩는다. 흐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혁신당은 누가 더 좋은 사람과 정책을 내놓느냐로 경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당의 속도전에 민주당 내에선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야권의 분열을 초래한다”(박지원 의원), “민주당은 명실상부 호남 대표 정당”(김민석 최고위원) 등 혁신당을 겨냥한 공개적인 발언들도 쉽지 않을 경쟁 구도를 의식한 반응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 의원은 “조 대표가 말한 부분에 정면으로 반박하기 어렵다. 후보를 내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1당으로서 호남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